중국, 새해초 달 뒷면 착륙 시도..'우주굴기' 새 장 연다

2018. 12. 2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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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과학]
창어4호, 달 100km 상공서 선회중
남극 근처 분지에 수직 착륙 예정
성공땐 미국 앞지른 첫 우주 탐사
달 토양 분석·생육 실험 등 계획

샘플 수집 창어5호도 내년중 발사
달 탐사 재개한 미국과 경쟁 가열
지구를 향하고 있는 달의 앞면(왼쪽)과 뒷면. 흰색과 붉은색은 고도가 높은 지역, 녹색과 푸른색은 고도가 낮은 지역이다. 나사 제공

2019년은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0년만에 달 탐사에서 새 이정표가 세워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정표의 주인공은 그러나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달 상공 100km에서는 중국 탐사선 창어4호가 달 하늘을 돌고 있다. 중국 국가항천국이 쏘아올린 이 탐사선은 새해 초 달 착륙을 시도한다. 그런데 창어4호가 내려앉게 될 곳은 달의 뒷면이다. 인류가 착륙한 적이 없는 곳이다. 창어4호가 임무에 착륙에 성공하면, 중국은 처음으로 달 뒷면에 착륙하는 나라가 된다. 그동안 달 뒷면 착륙이 어려웠던 것은 이곳에선 전파가 달에 차단돼 지구와 통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8년 처음으로 달 궤도에 진입한 미국의 아폴로 8호 우주선은 달 뒷면 하늘을 비행하는 동안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지구와의 통신을 중계할 췌차오(오작교)위성을 쏘아 올렸다. 현재 이 위성은 달 뒷면에서 6만4천km 떨어져 있는 라그랑주 포인트(L2)에 위치해 있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지구와 달에서 받는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다.

달 뒷면 착륙을 어렵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걸림돌은 운석 충돌로 생긴 구덩이가 앞면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창어4호는 안전한 착륙을 위해 수직 착륙을 시도한다. 이번 착륙은 지구에서 볼 수 없는 곳에 간다는 의미도 있다.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27.3일로 똑같아 지구에 늘 같은 쪽만 보여준다.

창어4호 착륙선.

창어4호가 착륙하는 지점은 달 남극 근처에 있는 너비 186㎞의 ‘폰 카르만 충돌분지’다. 이 분지는 지름 2600km에 이르는 거대한 `사우스 폴 에이킨' 분지 안의 남쪽 구역에 있다. 에이킨 분지는 달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운석 충돌 지역이다. 이 안에는 작은 분지들이 많이 있는데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안쪽에는 얼음이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가장 깊은 곳은 무려 13km나 된다.

착륙선과 탐사차량으로 구성된 창어4호엔 독일,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이 제작한 장비들이 실려 있다. 설계 수명이 3개월인 탐사차량에는 달의 분진, 자기장, 지진 활동, 우주에서 오는 저주파 등을 분석하는 장치들이 있다. 달 뒷면의 운석 충돌 지역을 조사하면 지구와 달 형성 초기의 모습을 파악하는 단서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향후 달에 전파관측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도 탐사 목적 가운데 하나다. 달 뒷면은 지구로부터 날아오는 전파와 빛의 방해를 받지 않아 먼 우주를 관찰하는 데 유리하다.

창어4호엔 충칭대 주도로 만든 미니 생육실험장치도 있다. 이 장치는 중력이 지구의 16%에 불과한 달에서 지구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물과 공기, 영양소가 들어 있다. 감자와 애기장대, 작은 개화식물의 발아 여부를 실험하고, 누에알 부화에도 도전한다. 실험 과정은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지구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중국은 창어4호에 이어 달 표면에서 샘플을 갖고 올 창어5호도 2019년 중 발사한다. 그 다음엔 유인우주선 달 착륙, 그리고 최종적으론 달 기지를 건설한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다. 2030년대까지는 유인 달 착륙을 달성할 계획이다.

창어4호 달 탐사차량.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다시 달 탐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달 탐사 핵심은 화성을 비롯한 더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달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달은 중력이 약해 저렴한 비용으로 로켓을 발사할 수 있고, 물과 함께 차세대 핵융합 발전 연료인 헬륨3 등 자원도 있어 전진기지로서 이점이 많다.

나사는 2020년대 초반까지 우주비행사 4명이 상주하는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 우주정거장을 달 궤도에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달 탐사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1972년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이 끝난 이래 처음으로 지구 궤도 너머로 인간의 정주 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게이트웨이가 자리잡을 곳 역시 차췌오 위성과 같은 라그랑주 포인트다. 미 항공우주국은 이를 위해 현재 차세대 유인 우주선 ‘오리온’과 초대형 로켓 ‘SLS’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달 탐사는 민간 합작으로 추진된다. 나사는 달 탐사를 함께할 기업으로 록히드 마틴 등 9개사를 선정했다. 나사는 이들 기업의 무인 달 탐사선이 2019년 달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어4호가 이번 임무에 성공할 경우 중국은 우주탐사의 한 영역에서 미국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물론 우주 탐사 전체로 보면 미국에 한참 뒤져 있다. 하지만 4년마다 정부가 바뀌는 미국과 달리, 공산당 일당체제인 중국은 일관된 우주 프로그램 추진이 가능하다. 새해 초 창어4호가 달에서 보내올 소식이 미-중의 우주대결에 더욱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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