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한국산' 쓰레기로 산 하나 새로 생겨.."주민 고통"

박진준 입력 2018. 12. 17. 20:45 수정 2018. 12. 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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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바로 간다, 미래산업팀 박진준 기자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가 몇 달째 현지에 방치돼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국제협약으로 다른 나라로 수출이 금지된 그런 쓰레기가 어떻게 필리핀 현지로 수출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우리가 버린 그런 쓰레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쓰레기를 둘러싸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필리핀 현지로 바로 가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취재팀은 한국에서 온 쓰레기가 방치돼 썩어간다는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직접 날아갔습니다.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거기서 다시 차로 2시간을 달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 한편에서 쓰레기야적장을 발견했습니다.

야적장 주변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펜스가 쳐져 있습니다.

하늘에서 바라본 쓰레기 야적장은 축구장 6개 넓이.

5천 톤이 넘는 거대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수많은 비닐봉지와 페트병 등 플라스틱,

나뭇조각과 옷가지 등 생활쓰레기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쓰레기 곳곳에는 한글로 적힌 상표가 선명합니다.

필리핀 현지의 최고기온은 35도가 넘었고 습기도 많아, 쓰레기 중 일부는 심하게 부패했습니다.

쓰레기 야적장 바로 인근에는 민가가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밤마다 악취 때문에 고통이라고 말합니다.

[카렌/필리핀 주민] "낮에는 좀 나은데 밤마다 악취가 몰려와 힘듭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 쓰레기는 인근의 민다나오 국제화물터미널에서 지난 7월 실려왔습니다.

취재팀은 쓰레기를 실어왔다는 항구로 가 봤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한국에서 온 쓰레기가 가득했습니다.

모두 51개나 되는 커다란 컨테이너에 한국에서 온 쓰레기 1천여 톤이 실린 채 압류돼 있었습니다.

[존 사이몬/필리핀 세관장] "올해 두 묶음의 쓰레기가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왔습니다. 하나는 지난 7월,다른 하나는 10월에 왔습니다."

컨테이너에는 한글이 선명한 과자 상자와 먹고 버린 한약 봉지, 아이스크림 비닐도 있었습니다.

쓰레기가 왜 압류됐는지 필리핀 당국에 물어봤습니다.

[존 사이몬/필리핀 세관장] "(신고된 것과 달리) 이건 100% 플라스틱이 아닙니다. 이 안에는 잡다한 쓰레기가 들어 있어요.이것은 큰 문제입니다."

국제협약은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아닌 생활 쓰레기나 폐기물은 수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쓰레기를 분석한 필리핀 정부의 '컨피덴셜' 즉 대외비 문건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문건은, "한국이 신고한 것과 달리 플라스틱 조각이 아니다", "유해한 쓰레기가 다량으로 포함돼 있어, 한국으로 즉각 되돌려 보내도록 조치해야 한다" 고 적시했습니다.

쓰레기 수출업자가 한국과 필리핀 당국을 속였다는 겁니다.

두 나라의 세관 당국을 속이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쓰레기 반출을 허가한 평택 세관을 찾아갔습니다.

세관측은, 환경부가 보내 준 서류만 보고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어 수출을 허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세관 직원] "모든 화물을 다 검사할 수는 없고, 이게 수출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환경부에서 이상이 없었다면 이상이 없는 거죠."

국제협약에 따라 수출이 허용된 쓰레기인지를 1차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은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입니다.

환경부는 왜 쓰레기 반출을 허가했는지 물어봤습니다.

환경부는 수출업체로부터 쓰레기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게 하는데 여기도 큰 허점이 있었습니다.

쓰레기 샘플을 분석해 문제가 없다는 시험성적서, 즉 확인서를 받고 수출을 허가하는 건데 검사할 때 쓴 샘플과 실제로 수출할 쓰레기 내용물을 얼마든지 바꿔치기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직원] "선적할 때 가서 보는 것은 극히 일부고요.인력이 부족하니까 문제죠."

필리핀 당국은 한국 정부에 이달 안에 쓰레기를 한국으로 모두 되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수출업체에 회수 명령을 내렸다고 말합니다.

쓰레기 수출업체 관계자를 어렵게 찾아 연락해 봤습니다.

그러나 수출업체 측은 "적법한 절차대로 수출했다”며 “이의 신청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행정명령에 대한 이의 신청은 최장 90일이 걸리고, 만약 법적 다툼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에일린/필리핀 환경단체 직원] "우리는 크리스마스 전에 한국 쓰레기가 돌아갈 것을 희망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정부가 필리핀 사람들에게 주는 가장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겁니다."

필리핀 현지의 바람과는 달리, 이 쓰레기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필리핀 당국과 주민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취재팀은, 후속 보도를 통해 이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을 짚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박진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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