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주52시간..양극화, 갈등만 더 키웠다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2018. 12. 1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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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주52시간 확대 시행에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이 예정됨에 따라 국내 경기가 올해보다 더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 외부적인 요인도 주목해야할 사안입니다. 내년 경기는 대외 요인으로 인한 수출경쟁력이 좌우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돼 시행됩니다. 앞서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인상된 바 있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상당한 타격을 줬습니다.

지난 10일 포항지역 중소 철강업체 대표들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조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사항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들 철강업체 대표들에게 지난 7월부터 하도급법이 개정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공급원가가 오르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사실상 최저임금으로 인한 공급원가 인상을 인정한 셈입니다.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주목해봐야 할 사안입니다.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50~299인 기업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내년 2월 정도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 조만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체감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지표에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대기업은 최저임금과 주52시간 단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있겠지만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며 "주52시간 단축도 비용이 올라가 중소기업은 힘들겠지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내년엔 대외적 요인이 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엔 이견이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미·중 무역 분쟁입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제조업의 일자리가 많이 줄었는데 조립금속 등의 구조조정 때문인 것 같다. 이는 중국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는 큰 흐름을 봐야 한다.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국내 경기, 미·중 무역분쟁 영향 크게 받을 것"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더 줄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는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은행의 BOK경제연구에 실린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최저임금 미만·영향자의 비율이 증가하면 이들 임금은 떨어졌습니다.

보고서는 고용노동부 자료 등을 토대로 2010~2016년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 비율, 비정규직화율 등을 시산해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최저임금 미만자는 임금이 그해 최저임금 수준이 안 되는 근로자고, 영향자는 다음해 최저임금 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의미합니다.

분석 결과 산업 내 최저임금 미만자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월평균 급여는 1만2000원 감소했습니다. 이는 이들의 월평균 급여 약 83만원의 1.45% 수준입니다.

최저임금 영향자의 급여도 1만원 줄었습니다. 월평균 근로시간도 각 2.1시간과 2.3시간 감소했습니다. 이들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와의 월평균 급여 격차도 8000~9000원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월평균 급여차도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저임금 영향자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 집단 근로자간 월평균 급여차는 약 5000원 늘어났습니다. 이는 현재의 월평균 급여 격차 약 159만원의 0.3% 수준으로 계산됐습니다.

비정규직 증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석대상 기간 중 최저임금 미만·영향자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비정규직화율은 각 0.45%포인트와 0.68%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비정규직화율은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을 의미하는데 해당 기간 비정규직화율은 평균 45.1% 정도였습니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비용이 늘어나면 노동시간을 줄이기 어려운 정규직 신규고용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영향자의 현재 월평균 급여나 근로시간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임금 격차 확대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통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은 분석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보완하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이나 소상공인 지원대책 등 보완 대책의 효과는 감안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전했습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임금격차 확대 '글쎄'

우리나라는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결정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1986년 12월31일 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른 이런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30여 년째 그대로입니다.

최저임금에 관한 사실상 권한을 갖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 대표위원, 사용자 대표위원, 공익 대표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됩니다.

최저임금은 거의 매년 극심한 노사대립 후 표결에 따라 결정됩니다. 2000년대 이후 노·사·공익 3자 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이어지던 2008년과 2009년 단 두 차례뿐이라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전했습니다.

입법조사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체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결정구조 이원화 등으로 보완하는 방안,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국회에 이양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는 지난해 정부의 최저임금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태스크포스(TF)가 제안했습니다. 이는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공익위원들로만 구성된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상·하한선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노·사·공익위원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입니다.

앞서 홍 부총리는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완을 위한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와 관련해서는 "일단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먼저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해서 방점이 찍힌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조절론 확산…악화한 고용여건 개선 가능할까?

소득주도성장 정책 속도 조절을 하면서도 악화한 고용·분배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해 왔지만, 소득과 경기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잘한 점과 못한 점에 관해 묻자 "사회안전망 보강 작업은 잘 됐는데, 임금 격차 해소나 일자리 창출에는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습니다.

소득분배 지표는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했습니다. 올해 들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고용상황이 악화한 여파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올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명목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7.0% 줄어 3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했습니다.

3분기 기준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 수준으로 악화했습니다.

올해 1∼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2만8000명)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취약근로 부문의 고용지표가 악화하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에 정책을 보완할 부분을 명확히 제시하라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지난 1기 경제팀에서는 여러 가지 성장축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그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단기적 성과를 갖고 논쟁이 확대됐는데,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설득해 나가는 부분이 미약했다는 지적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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