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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지성체에 인류를 알려라"..태양권 지나 성간우주로 진입

김기범 기자 2018. 12. 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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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보이저 2호와 심우주 탐사
ㆍ보이저 2호, 55개 언어 등 지구의 정보 담은 레코드 싣고 현재 180억㎞ 떨어진 공간에서 항해 중
ㆍ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3만년가량 걸려…연료 소진돼 동력 끊겨도 관성으로 여정 계속

한국어 인사 “안녕하세요”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쿠르트 발트하임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클래식 음악, 혹등고래의 노래, 불가리아, 인도, 베냉 등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 다양한 지구인과 지구 자연의 모습을 담은 118장의 사진, 태양계와 지구의 위치, 수소 원자에 대한 정보.

1977년 인류가 태양계 내 행성들의 탐사를 위해 쏘아올린 무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 2호에 실린 지름 30㎝ 크기의 금박 LP레코드판 ‘골든레코드’에 실린 정보들이다. 골든레코드는 언젠가 외계 지성체가 보이저 1, 2호와 접촉하게 될 경우 그들에게 인류의 존재를 알리고, 우호적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제작됐다.

아직 외계 지성체가 골든레코드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레코드를 실은 두 대의 탐사선은 6년 간격을 두고 2012년과 2018년 각각 태양계와 다른 항성계 사이의 공간을 의미하는 성간우주에 돌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보이저 2호가 지난달 5일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 태양권(헬리오스피어·Heliosphere)을 벗어나 인터스텔라(성간우주)에 돌입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성간우주에 돌입한 우주선은 보이저 2호의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호에 이어 두 번째다. 보이저 2호는 지구를 떠나 태양계 내 행성들을 탐사하는 임무를 마치고 현재는 지구로부터 180억㎞가량 떨어진 공간에서 심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보이저 2호에서 보내는 신호는 현재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16.5시간 정도가 걸린다. NASA는 당초 보이저 2호의 수명이 5년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 탐사선은 올해로 41년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보이저 2호가 태양권을 돌파했다고 판단한 것은 이 탐사선에 장착돼 있는 플라스마 관측장치(PLS)의 태양풍 수치가 현저히 감소하고, 태양계 바깥의 심우주로부터 오는 우주방사선의 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태양권 바깥에서는 태양풍의 영향이 급감하게 되는데 NASA는 플라스마 형태의 태양풍이 지난 11월5일쯤 크게 줄었고 이후에는 거의 측정되지 않고 있다. 태양풍이란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입자들을 뜻한다. 플라스마 관측장치는 입자의 속도와 밀도, 온도, 압력 등의 데이터를 통해 태양풍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장비다. NASA는 플라스마 관측장치 외에도 저에너지하전입자장치, 자력계, 우주선서브시스템 등의 장치를 통한 관측을 통해서도 보이저가 태양권계면을 벗어났다는 판단을 내렸다.

2012년 8월 인터스텔라의 영역에 접어든 보이저 1호는 발사 3년 만인 1980년 플라스마 관측장치가 고장 난 상태다. 이로 인해 NASA는 보이저 1호가 태양권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로부터 8개월이 2013년 4월에야 보이저 1호의 성간우주 진입을 발표할 수 있었다. 당시 NASA는 자력계와 진동관측장비 등의 장치를 통해 보이저 1호가 태양권계면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보이저 1호는 2호보다 16일 늦게 발사됐지만 발사 3개월 후부터 보이저 2호를 앞질렀으며 2호보다 빠르게 태양계를 벗어나는 궤도를 그리고 있다. 현재도 인류가 우주로 보낸 인공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보이저 1호이다. 보이저 1호는 지구를 포함해 금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태양계의 6개 행성을 촬영했다.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의 6개 위성을 발견했다.

사실 성간우주를 향해 처음 출발한 우주 탐사선은 보이저 1, 2호가 아닌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이었지만 이들은 동생뻘인 보이저 1호에 이미 1998년 추월당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1972년 발사된 인류 최초의 목성 탐사선이며 파이어니어 11호는 1973년 지구를 출발한 토성 탐사선이다. NASA는 1998년 2월 5년가량 먼저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를 보이저 1호가 앞질렀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보이저 1, 2호보다 임무기간도 짧았다. 이들 탐사선이 마지막으로 지구에 정보를 보내온 것은 각각 2003년 1월과 1995년 11월이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에도 보이저의 골든레코드처럼 인류가 외계 지성체에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파이어니어 10호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를 처음으로 탐사하고 목성을 관찰했으며, 파이어니어 11호는 토성과 토성의 고리를 처음으로 탐사한 우주 탐사선이다.

역시 태양계 끝자락에 도달한 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는 2006년 카이퍼벨트를 목적지로 발사됐다. 뉴허라이즌스는 태양계 바깥을 향하고 있는 다섯 번째 탐사선으로 지난해 12월 지구에서 61억2000만㎞ 떨어진 카이퍼벨트의 천체 사진을 촬영해 지난 2월 지구에 보내온 바 있다. 이 사진은 가장 먼 거리에서 우주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으로 기록됐다. 기존에 가장 멀리서 우주 탐사선이 촬영한 사진은 보이저 1호가 1990년 지구로부터 약 60억㎞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이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사진에 조그맣게 담긴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보이저 2호가 태양권계면을 돌파했다고 해서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의 경계가 태양 중력의 영향을 받는 작은 천체들로 이뤄진 오르트구름이라고 보는데 오르트구름을 벗어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르트구름의 안쪽 경계는 태양에서 약 1000AU 정도 거리에서 시작되고 바깥쪽 경계는 10만AU(약 1.58광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단위인 AU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의미한다. 보이저 2호가 오르트구름의 안쪽 경계에 도착하는 데는 약 300년이 걸리고, 오르트구름을 벗어나는 데는 3만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보이저 2호의 여행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일단 NASA는 이 탐사선이 인류에게 심우주에 대한 정보를 보내올 수 있는 기간은 약 5~10년 정도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플루토늄 연료가 다 소진되면 탑재기기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력 공급이 끊긴다 해도 보이저 2호의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는 긴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관성에 의해 초속 17㎞의 속도로 보이저 2호는 심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오르트구름의 천체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보이저 2호는 3만년 후쯤 태양의 중력을 벗어난 첫 번째 천체가 될지도 모른다. 오르트구름을 벗어난 이후에도 여정이 계속된다면 보이저 2호는 약 29만6000년 후 큰개자리의 항성 시리우스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우스는 지구로부터 약 8.6광년 떨어져 있는 항성이다. 이에 앞서 약 4만년 후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17.6광년 떨어진 기린자리 항성 AC+79 3888과 약 1.6광년 떨어진 공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태양풍과 태양권, 태양권계면

태양풍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미립자의 흐름으로 양성자와 전자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권은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범위를 말한다. 태양권계면은 태양풍과 심우주(태양계 밖 우주)에서 오는 성간매질의 영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을 말한다. 성간물질이라고도 부르는 성간매질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기체와 먼지 등의 물질을 말한다.

■ 오르트구름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여겨지는 작은 천체들의 집단. 태양을 공전하는 혜성들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거대한 구 형태를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트구름의 존재는 아직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오르트구름보다 안쪽의 카이퍼벨트는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을 말하며 거대한 원반 모양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태양계의 행성 중 하나로 분류했던 명왕성도 카이퍼벨트 내의 왜소행성에 포함된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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