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으니까' 청춘이다? 서울 1인 청년 가구 '지·옥·고'
[앵커]
주거 빈곤 문제에 대한 기획 보도 전해드립니다.
'지ㆍ옥ㆍ고' 청년들이 '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사는 2,30대 청년층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죠.
먼저, 신선민 기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러 석 달 전 상경한 25살 청년, 고시원 지하방에 살고 있습니다.
["창문은 아니고, 기분이라도 내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벽입니다."]
10제곱미터 남짓한 지하방에 아침을 알리는 건 '가짜 창문' 너머 인공 조명입니다.
햇빛 한줌 없는 곳에서 공부하고, 밥도 먹고, 대부분 시간을 보냅니다.
살림살이를 더 두고 싶어도 방이 좁아 어렵습니다.
["진짜 필요한 옷만 갖다 놔야 돼요."]
생활비 절반이 월세 30만 원으로 나가다보니, 더 나은 곳으로 이사갈 엄두는 안 납니다.
[고시원 거주 청년 : "(원룸보다) 더 가격이 싼 고시원으로 오게 됐습니다. 타지에 와서 이렇게 좁은 방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힘들기도 하고…"]
전국의 1인 청년 가구 중 이렇게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 사는 비중은 전체의 22.6%, 집값이 비싼 서울은 40% 가까이나 됐습니다.
촬영보조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사 비정규직 안정훈 씨도 월세 46만 원짜리 반지하 방에 삽니다.
전에 살던 고시원보다는 방이 조금 커졌지만, 밖에서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게 스트레스입니다.
[안정훈/27살 : "술 취한 취객이 와 가지고 여기다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거든요."]
내년 목표는 볕이 제대로 드는, 곰팡이 없는 집으로 이사가는 겁니다.
[안정훈/27살 : "TV를 앉아서 볼 수 있을 정도의 넓이가 나와야 하는데… 첫 번째는 지상, 지상이 제일 좋죠. 왜냐하면 누가 와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청년층의 주거빈곤은 '비혼'으로도 이어져, 결혼하지 않은 청년의 절반 가까이는 결혼하는 데 가장 큰 장벽으로 '주택' 문제를 꼽을 정도입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