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많은16살' 채팅앱 켜자..은밀한 제안 사흘간 999건 [탐사기획-누가 아이들의 性을 사는가]

‘999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10대 소녀가 3일간 채팅앱에서 받은 메시지 숫자다. 대부분 남성으로 추정되는 채팅앱 이용자 692명은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소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간단한 인사말을 던지는 데 그친 경우도 있었지만,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한 사람이 3명 중 1명꼴이었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지목한 채팅앱 4개 등 총 6개 채팅앱에 가상의 10대 여성 청소년 프로필을 만든 뒤 이용자들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살펴봤다.

‘고민많은16살’이란 대화명을 사용한 첫날. 채팅앱을 켠 오전 9시부터 쉴 새 없이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고민을 말해보라’에서 ‘만나서 얘기하자’까지 다양했다. 더러는 ‘용돈이 필요하냐’거나 ‘조건만남 할 생각이 있느냐’ 등의 직접적인 성매매 제안도 있었다.

취재팀이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았는데도 성매매를 제안한 이용자들은 구체적인 가격과 성관계 수위를 언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차에서 간단(유사성행위) 30분에 7만원’, ‘2번에 50(만원)’ 하는 식이다. ‘동거 시 매주 50(만원)’,‘월 4회 3시간씩 만남에 300∼560(만원) 가능’ 등 일종의 ‘스폰’ 제안도 있었다.

가출 청소년을 암시하려 대화명을 ‘잘곳(데)없는16살’로 바꾼 둘째날은 ‘재워주겠다’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물론 상당수가 ‘조건’을 전제로 내건 호의였다. 마지막 날은 연령대를 더 낮춰 ‘잘곳(데)없는13살’로 대화명을 바꿨다. 전날에 비해 전체 메시지 수나 노골적인 제안은 다소 줄었으나 ‘현재 위치와 (원하는) 금액을 불러 달라’는 성매매 암시 제안들이 여전했다. 사흘간 암묵적·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제안한 이용자는 692명 중 249명(35.98%)이었다.

사회부=박현준·남정훈·권구성·이창수·김주영·김청윤 기자 bueno@segye.com
영상팀=서재민·이우주 기자 
<십대여성인권센터, 공공의창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