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티켓팅 매크로' 써보니.. "그동안 왜 실패했는지 알겠다" [줌인톡]

심혁주 기자 2018. 12. 1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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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콘서트, 시상식의 달이다. 스타들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콘서트를 열어 보답하고 시상식에 참가해 한해를 정리한다. 팬들은 이들을 보러가기 위해 입장권 구매경쟁에 뛰어든다. 치열한 경쟁에서 실패한 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진다. 기존 가격보다 1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암표 가격에도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 같은 팬심을 이용한 암표거래, 암표상들의 도구 '매크로 프로그램'을 머니S에서 파헤쳐봤다.<편집자주> 

[진화하는 암표시장] ② 티켓팅 매크로 프로그램, 직접 사용해보니

뮤지컬 티켓팅, 비어있는 좌석을 클릭했지만 이미 선택된 좌석이라는 팝업이 뜬다./사진=심혁주 기자

#경남에 사는 황모씨(26)는 연말 콘서트에 가기 위해 불법 거래 티켓(암표)을 구매했다. 한장당 1만5000원, 총 3만원의 웃돈을 주고 콘서트 스탠딩석 두자리 티켓을 구매했다. 손이 느리다는 황씨는 “저는 도저히 티켓팅(티켓을 예매하는 행위)을 못하겠더라. 보고 싶은 공연이 생기면 도전하는데 번번이 실패하고 암표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그는 “팬이 아닌 매크로를 사용하는 암표상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은 티켓을 구할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티켓팅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어느 공연이든 무대와 가까운 앞자리, 소위 말하는 명당을 잡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서버시간 사이트에 접속해 시간을 확인하고 티켓팅을 연습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수십번 연습해도 소용없다. 남은 좌석이 눈에 보이지만 클릭하는 순간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라는 팝업창만 뜬다. 그렇게 계속해서 시도하지만 결국 명당자리는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간 후다.

티켓팅에 실패한 팬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암표를 구매한다. 암표상이 공연을 관람하는 실수요자들과 가수 사이에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번번이 벌어진다. 암표상은 대부분 ‘티켓팅 매크로’를 이용한다. 티켓을 사기 위해 매크로를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암표거래는 오프라인에서만 제재하기 때문에 온라인 거래 시 처벌이 힘들다. 블로그나 SNS 티켓팅 매크로가 횡행하는 이유다.

검색 몇번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매크로. 얼마나 빠를까. 머니S가 직접 매크로를 구매해 사용해봤다.
  
매크로 판매상 A씨와의 대화, 친절하다./사진=심혁주 기자

◆“1만5000원입니다. 안 되면 연락주세요”

검색사이트에서 ‘티켓팅 매크로’라고 검색하니 쉽게 매크로 판매상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기자가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자 판매자 A씨가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줬다.

A씨가 판매하는 매크로는 1만5000원. 구매 전 시연 동영상까지 보내주며 제품을 홍보했다. 구매하겠다고 하자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익명을 원하는 듯 이름을 초성으로 보냈다. 계좌이체를 할 때 상대방 이름이 확인되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어린 학생으로 추정된다.

입금을 마치자 매크로 파일을 보내줬다. 주의사항과 사용법도 포함돼 있었다. 복잡한 사용법 탓에 도움을 요청하자 A씨는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왔다. 충분히 숙지한 뒤 매크로를 실행했지만 ‘사용불가’ 메시지가 떴다.

이의를 제기하자 A씨는 당황한 듯 “아뇨. (다른 사람들은) 다 되셨구요. 상관없는 거구요. 제가 다른 매크로 보내 드릴게요”라며 재빠르게 반박했다.

판매자 A씨가 동영상을 찍어 매크로 사용방법을 설명해준다./사진=심혁주 기자

다행히(?) 두번째 매크로는 문제없이 작동됐다. 이번에도 충분히 설명을 듣고 한 뮤지컬 공연의 예매에 도전해봤다. 해당 매크로는 좌석 색깔에 반응하는 방식이었다. 미리 프로그램에 원하는 좌석 색깔을 등록한 뒤 예매 페이지에 들어갔다. 예매 날짜를 선택하고 키보드 ‘F3’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마우스가 남은 좌석(무대와 가까운 순)을 찍고 결제페이지로 넘어간다. 이 모든 과정이 단 1~2초 만에 이뤄진다. 그동안 왜 티켓팅에 실패했는지 의문이 확실히 해소됐다.

매크로 사용에 능숙한 A씨는 직접 티켓팅을 해주는 ‘대리 티켓팅’도 거래한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아이돌 콘서트는 최소 10만원을 받고 다른 공연은 2만~4만원선에서 거래된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개인이 티켓을 얻기 위해 매크로를 사용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개인이 본인의 컴퓨터로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매크로의 사용 목적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다”고 답했다.
  
중고거래 사이트 뮤지컬 티켓 판매. 17만원짜리 티켓을 25만원에 팔고 있다./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여기에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거래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 법의 허점이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신용원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망법상 규제대상 매크로 프로그램을 ‘인터넷예매서비스 사업자가 정한 정보통신망상의 규칙을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누구든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제공하거나 금전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현재까지 해당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는 인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수년째 기다린 직장인 김모씨(34)는 “아무리 티켓팅에 도전해도 조승우가 출연하는 회차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암표를 사볼까 했지만 너무 비싸 포기했다. 트위터에서 티켓팅 매크로를 홍보하는 계정을 봤는데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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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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