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하노이]박항서 신화에 뒤집어진 베트남, 광란의 밤 현장을 가다

15일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축구 팬이 모여 홍염을 흔들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15일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축구 팬이 모여 환호하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뒤흔들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은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나라가 됐다. 박 감독 부임 이후로 주요 대회에서 전에 없는 호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역대 최고성적이었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최초 준결승 진출이었다. 두 번의 대회는 각각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다. 베트남 국민은 TV를 통해 대회를 지켜봤다. 국내에서는 베트남 현지 언론을 통해 박 감독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지, 베트남 사람들이 축구에 얼마나 열광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직접 본 것은 아시안게임에서 맞대결했을 때가 전부였다.

15일 수도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서 우승을 차지한 후의 반응이 그래서 더 궁금했다. 자국에서 열린 대회, 그것도 연령대 대표팀이 아닌 A대표팀이 올린 성과라 더 특별했다. 스즈키컵은 베트남이 2008년 이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대회였다. 그만큼 전국민적인 기대를 받았다. U-23 챔피언십, 아시안게임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15일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한 축구 팬이 박항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15일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축구 팬이 박항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15일 미딩 국립경기장 앞에서 한 축구 팬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우승 후 반응은 뜨거웠다. 미딩 국립경기장 앞 광장은 차가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우승의 여흥을 즐겼다. 오토바이, 자동차로 경적을 울렸다. 트럭 짐칸이나 승용차 선루프를 통해 고개를 내밀고 노래를 불렀다. 수천명이 함께 베트남 국기 금성홍기를 흔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영웅’ 박 감독을 생각하며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팬도 많았다. 광장 곳곳에서는 홍염을 터뜨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차까지 출동했다.

광장 앞만 붐비는 것은 아니었다. 주요 도로는 우승을 자축하는 팬들이 점령한 놀이터였다. 평소에는 금방 잡히던 택시도 잡기 어려웠다. 도로 사정으로 인해 운행을 포기한 택시 기사들이 많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에 오른 후 한국도 엄청난 거리응원을 역사에 남겼으나, 하노이가 연출한 광란의 밤만큼은 아니었다.

15일 밤 하노이 시내가 우승을 즐기는 팬으로 가득하다. 하노이 | 정다워기자

베트남 언론 탄니엔뉴스의 쿽 비엣 기자는 “모든 사람들이 축구 때문에 이렇게 하나가 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라며 “지난 1년 내내 엄청난 열기가 이어졌지만 스즈키컵 우승으로 인해 더 폭발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염원했던 대회에서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예상했던 반응이기는 하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을 뒤집은 주인공은 단연 박 감독이다. 실제로 이날 밤 하노이 곳곳에서 박 감독 얼굴이 담긴 깃발을 흔들고,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는 취재진을 향해 “박항서”를 연호하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스즈키컵 우승에 하노이가 뒤집어진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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