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마침내 멈췄다

정한결 기자 2018. 12. 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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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만 수천명 사망, 220만명 기근·질병 시달려..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휴전 협상 속도 내
예멘 정부 대표인 칼리드 알-야마니 외교부 장관(왼쪽)과 반군 후티 측 모함마드 암두살렘 대표(오른쪽)는 일주일 간의 협상 끝에 합의하고 악수를 나눴다. /AFPBBNews=뉴스1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꼽히는 예멘 내전이 멈췄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이 휴전에 합의했다. 양측은 4년의 분쟁 끝에 서로 향한 총구를 잠시나마 내려놓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예멘 평화협상이 열린 스웨덴에서 "호데이다의 모든 지역에서 즉각 휴전이 선언됐다"면서 "모든 병력과 무기가 호데이다 항구와 시내에서 (21일 이내에)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멘 정부 대표인 칼리드 알-야마니 외교부 장관과 반군 후티 측 모함마드 암두살렘 대표는 일주일간의 협상 끝에 합의하고 악수를 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반군은 살리프항, 라스이사항에서, 정부군은 호데이다 외곽에서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다. 양측은 1만5000여명의 포로를 교환하고 예멘 남서부에 위치한 타이즈 시를 통해 인도주의적 물자(구호품, 인력 등)가 들어오는 통로도 마련하기로 했다.

유엔은 양측과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휴전협정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양측은 1월 말에 다시 만나 종전 및 종전 이후 대책 등을 논의하는 추가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내전만 4년=예멘 내전은 2014년 수니파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 간 발발했다. 이듬해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정복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 수니파 국가들은 후티 반군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 정부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에 후티 반군은 사우디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했고 사우디와 UAE 등 수니파 국가는 연합을 결성해 예멘내전이 국가대전으로 확산됐다. 수니파 연합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군이 게릴라 전투를 벌이며 끈질기게 저항하면서 내전이 길어졌다. 아직 예멘 수도 사나를 포함한 북부지역은 반군이 점령 중이며, 정부군은 예멘 남부 일부 지역만 탈환한 상태다.

특히 이날 휴전 장소로 지목된 예멘 남서부의 항구도시 호데이다는 반군이 점령한 예멘의 요충지다. 예멘은 생활필수품의 90%를 수입으로 유지하는데 인도적 지원 및 수입물자의 70%가 호데이다를 통해 들어온다. 이에 정부군과 수니파 연합군은 지난 6월부터 대대적인 공세를 가했지만, 민간인 피해만 불어난 채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내전으로 예멘의 민간인들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수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예멘 총 인구 280만명 중 4분의 3인 220만명이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살아온 터전을 떠난 난민 역시 다수 발생해 전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6월 예멘 정부군의 호데이아 공습을 피해 피난하는 난민이 예멘 북부 하자주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서 피난처를 지으려 하는 모습./AFPBBNews=뉴스1

◇카슈끄지가 만든 휴전=양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평화 협상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2015년에도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5일 휴전을 선언했으나 4일째 되는 날 서로에게 발포,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정부와 반군이 마지막으로 협상에 임한 건 지난 2016년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예멘 내전을 지원해 온 미국이 카슈끄지 사건으로 국내 및 국제 여론이 악화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정부와 반군이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양측이 11월 내 실질적인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상원도 이날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군사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외신들은 이번 협상도 철군의 방법 및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등 한계점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NYT는 이번 휴전선언으로 "(양측이) 수년 만에 처음으로 평화를 향해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하며 "예멘 내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은 이날 예멘에서 한국으로 온 난민 신청자들 중 2명을 난민으로 인정, 50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예멘 내전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면 이들에게 체류허가 취소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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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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