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美블랙호크 사겠다" 묘한 발언..수리온 수출 무산?

박용한 입력 2018. 12. 14. 06:01 수정 2018. 12. 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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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방 "미 블랙호크 사겠다"
블랙호크 500억, 수리온 250억원
중고 개조해도 미국산 헬기 비싸
가격 협상 전략 차원 가능성도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
한국 기업의 필리핀 방산 수출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필리핀을 향해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KUH-1)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가 기종 선종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지난 7일 묘한 발언을 내놨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날 “블랙호크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옵션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미국 업체 항공기를 언급했다.

문제는 기체 가격이다. 로렌자나 장관은 “우리는 자금 부족으로 수리온 10대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블랙호크는) 16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필리핀 정부는 미국산 UH-60(블랙호크)에 더 높은 기술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UH-60( 블랙호크 ) 기동헬기.
반면, 정부 소식통은 “필리핀 정부에서 언급한 수리온 가격에는 기체 비용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며 “절충교역을 비롯한 다양한 군사ㆍ비군사적 비용도 포함돼 있다. 로렌자나 장관의 발언은 이런 비용을 계산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정부도 수리온 수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지난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국방부 청사를 찾아 수리온을 직접 탑승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위해 국방부 연병장에 특별 전시장이 마련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10여 분간 수리온 성능에 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시동을 걸어보기도 했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에게 수리온 구매 검토 지시도 내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원 안)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성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연병장에 헬기가 착륙한 것은 처음으로, 수리온을 보고 싶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필리핀은 중고 블랙호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이뤄진 블랙호크 협상 사례를 볼 때 필리핀 정부가 밝힌 16대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라트비아는 지난 8월 블랙호크 4대와 관련 장비를 총 2억 달러에 구매하기로 미국과 협상했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2015년 3월 1억1000만 달러를 주고 3대를 구매했다. 슬로바키아는 같은 해 2월 9대를 4억4000만 달러에 도입했다.
사천의 KAI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수리온 헬기를 생산하고 있다.
항공기는 부가 장비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블랙호크 가격은 대당 5000만 달러(한화 560억) 수준에서 형성된다. 수리온은 임무에 따라 제조 비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군용은 대당 250억원, 경찰 등 관용은 230억원 정도다. 이 때문에 미군에서 사용하던 중고 기체를 전면 정비(리퍼비시)해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헬기는 정비 수준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필리핀 정부의 또 다른 셈법도 읽힌다. 가격 협상을 두고 한국 정부와 막판 줄다리기에서 카드로 사용한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가격 조정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며 “필리핀 정부가 이런 한국을 움직이기 위해 꺼낸 전략적 발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기체 평가 발언이 있지만 필리핀 정부가 구매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주 안에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군 당국은 2013년부터 수리온 도입을 시작해 2015년 육군에서 실전 배치했다. 동체 길이 15m, 높이 4.5m에 최대 이륙 중량은 8709㎏이다. 최대 비행속도는 시속 259㎞, 비행시간은 2시간 이상이다. 비행 거리가 800㎞ 수준인 만큼 한반도 전역을 작전 범위에 둔다. 완전 무장한 8~9명이 탑승 가능하다. 해병대가 지난 1월 10대를 인수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은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해병대는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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