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카메라] 소득공제에 늘어난 기부..절반 이상은 '폐기'

김상현 2018. 12.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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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3일) 밀착카메라는 연말에 특히 많이 전해드리게 되는 기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물기부도 소득공제가 가능해지면서 쓰던 물건을 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버리는 것인지 기부한 것인지 잘 모르겠는 것들도 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1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의류와 생활잡화 등 5만 여점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 가게입니다.

사실 새 물건들은 아니고 시민들이 기부한 중고물품들을 파는 가게인데요.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은 여기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을 고용하는 데 쓰입니다.

이곳 서울 송파구의 사회적 기업에는 52명의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정해미/직원 : 저축도 하고 학비도 내고, 엄마 용돈도 드리고 연말 되면 기증이 많이 들어와서 기분이 좋아요.]

물건을 파는 매대 관리부터, 매장 청소, 기증품 분류 등 다양한 일을 합니다.

[김영학/직원 : 출고차 많이 들어오잖아요. 즐겁게 일하고 재미있게 놀고…]

직접 기부할 물건을 갖고 매장을 찾아오는 시민들도 있고, 정기적으로 기증품을 보내는 단체와 기업도 있습니다.

기부물품이 박스 3개나 50L 봉투 2개 이상일 경우에는 직접 수거하러 나가는데요.

오늘은 저도 수거에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환선/기부자 : 보통 아이 작아진 신발, 작아진 옷들 그런 걸 기부해요.]

이렇게 수거가 끝나면 이 중 팔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을 거칩니다.

오늘 들어온 기부물품들을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이쪽에 폐기할 물건들을 모아놨는데 한 번 보시죠.

일단 이 옷들은 오염 상태가 굉장히 심한 것 같고요.

이 외투들은 너무 낡아서 도저히 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쪽에는 생활 잡화 폐기물들을 모아놨는데요.

한 번 보시면요.

누군가가 먹고 마시고 남은 빈 캔도 있고 이것은 고장난 수도꼭지 수전 같은데 사실상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됐어야 할 물건들인 것 같습니다.

[김경희/직원 : 곡식 그런 것들은 유통기한이 2~3년 지난 거, 예전에 홍삼 엑기스 같은 건 거의 20~30년 된 것도 굉장히 많이 들어왔거든요.]

버려야 할 쓰레기가 기부로 둔갑한 것입니다.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돈을 주고 살 수준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해당 사회적 기업이 올해 받은 기증품 160여만 점 중 실제 판매가 가능했던 제품은 40%에 불과한 60여만 점정도였습니다.

경기도 군포시의 또 다른 사회적기업, 하루 평균 1t 트럭 10대 분량의 기부 물건이 들어오지만, 60~70% 정도는 판매할 수 없는 물건으로 분류합니다.

폐기대상인 기부품들이 쌓이고 있는 모습인데 이 물건들이 그대로 다 버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시면 상태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물건들이 다시 판매되기가 좀 어렵기 때문에 폐기대상으로 분류가 된 것인데요.

이런 물건들은 노숙인이나 불우이웃들에게 전달이 되거나 해외로 판매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비교적 비싼 겨울용품들은 수요에 비해 매년 부족합니다.

[서울시 다시서기지원센터 직원 : 두꺼운 옷, 그리고 장갑이나 목도리가 많이 모자라고…]

지난 2012년부터 이 사회적기업에 물건을 기부하고 기부영수증을 받을 경우 소득공제가 적용되기 시작하자, 기부건수는 860만 건에서 지난해 2,150만 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폐기되는 물건의 비율도 36.4%에서 67.7%로 대폭 늘었습니다.

[정낙섭/아름다운가게 사무처장 : (초창기엔) 예쁘게 손편지를 써서 보내는 기증자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최근에는 기부금 영수증을 목표로 하거나 이사를 하면서 물품을 처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16년 전 기부자가 남긴 손편지입니다.

'챙겨서 보낸 것들이 행여 쓰레기가 되지는 않을까, 수고만 더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반드시 비싸고 팔릴 만한 물건 만을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내가 버릴 물건을 내놓는 것이 진정한 기부는 아니겠죠.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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