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바리캉 상처' 그대로 두자고 떼쓰는 강원도

2018. 12. 1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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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정선군 "시설 존치" 주장
올림픽 뒤 원상복구 약속 뒤집어
"지역경제 위해 곤돌라·도로 등 필요"
정부 제안 복원 지원 예산도 거부

산림청 "전면 복원은 법적 의무사항"
강제 철거 등 행정 대집행까지 예고
김재현 산림청장이 12일 강원도 정선군청 대회의실에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복원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장으로 쓰인 가리왕산의 산림 복원을 놓고 산림청·환경단체와 강원도·정선군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강원도와 정선군이 올림픽이 끝나면 원상 복구하겠다던 애초 약속을 깨고 일부 시설의 존치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강원도·정선군이 복원에 협조하지 않으면 행정 대집행으로 시설을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12일 “가리왕산 스키 활강 경기장 산림 복원 계획에 변함이 없다. 국유림 사용 허가 기한인 오는 12월31일 이후 관련 법에 따른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 먼저 복구 명령을 내린 뒤 이행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안에 시설 철거 등 행정 대집행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산림청장은 이날 정선군을 찾아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앞서 강원도는 지난 10일 내놓은 ‘가리왕산 생태 복원 기본계획’에 곤돌라와 관리용 도로를 존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최승준 정선군수도 11일 지역 주민 등과 강원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곤돌라와 관리 도로 존치가 아니면 정부의 어떤 조정안도 받을 수 없다. 정부의 전면 복원 계획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정선 주민들은 복원 대상지 앞에 ‘알파인경기장을 산림자원화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고 시위를 벌이는 등 복원을 막기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섰다.

하지만 산림청은 계획대로 가리왕산 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스키장은 올림픽 뒤 산림으로 복원한다는 사회적 약속에 따라 허용됐고, 강원도 역시 산림 복원을 약속했다. 평창올림픽법에 따라 국유림 사용 허가, 산지 전용 협의 등 예외적 행정 절차를 거쳐 스키장을 설치한 것이다. 애초 계획대로 복원하는 것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밝혔다.

애초 강원도와 정선군도 가리왕산 복원을 약속했지만 올림픽 뒤 태도를 바꿨다. 앞서 산림청과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관련 시설 조성을 위한 용지 사용 허가’ 문제를 협의하면서 2014년 5월16일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가리왕산 산림 206만7242㎡를 사용한 뒤 전면 복원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올림픽 한달 전인 지난 1월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 낸 복원 계획에도 △생태기반 구축(2019~2023년) △생태 복원 주요 절차 마무리(2024~2033년) △생태 복원 모니터링(2034~2073년) 등 단계적 전면 복원을 명시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 2021년 남북 겨울아시안게임 유치,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명분을 내세우며 경기장(슬로프), 곤돌라, 도로 등 올림픽 시설 보존 쪽으로 태도를 돌변했다. 일부 체육계도 올림픽 시설 유지를 거들었다. 지난달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정선 알파인스키장 관련 공청회에서 박성희 한국외대 교수(국제스포츠레저학부)는 “올림픽 시설, 유산 관리의 핵심은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향유할 수 있는 대중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강원도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개최 시 북한 마식령 스키장 활용 카드를 내밀자 슬로프 존치 주장을 접더니, 이젠 관광, 지역 경제 등을 내세워 곤돌라·도로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재현 산림청장(왼쪽)이 12일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정선군과 정선 주민 등에게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복원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심지어 강원도·정선군은 산림청이 제안한 가리왕산 산림 복원 예산 지원까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10월28일 산림청은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연 정책 협의에서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가리왕산 산림 전면복원 예산 802억원의 48.1%인 식생 복원 부문 예산 386억원과 휴양림·휴양타운 등 산림복지지구 조성 예산 350억원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이것조차 거부했다. 녹색연합,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환경·시민단체들도 가리왕산 복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임태영 녹색연합 활동가는 “강원도·정선군이 가리왕산 복원을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과 법을 어기는 것이며, 스키장 터는 올림픽 뒤 방치돼 산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하루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이정하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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