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가 바라던 바다를 위해" PVC 쓰레기로 만든 LP

양승준 2018. 12. 13.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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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제주 협재의 바다.

'바라는 바다'를 기획한 창작단체 재주도 좋아의 최윤아 씨는 "바다 쓰레기를 부수고 가열해 LP를 제작해봤으나 소리가 튀어 상품용으론 도저히 내놓을 수 없겠더라"며 웃었다.

친환경 앨범을 기획한 재주도 좋아는 2013년부터 바다쓰레기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 씨는 "해녀학교를 다니며 바다 쓰레기 문제를 절감했다"며 "바다에서 더 재미있게 놀고 싶은 바람에서 비치코밍 운동 등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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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판 '내일은 늦으리' 친환경 프로젝트

친환경 음반 ‘바라던 바다’ 제작

장필순 김일두 재주소년 등 뜻 모아

가수 김일두가 제주 협재에서 '비치코밍'을 한 뒤 노래하고 있다. 재주도 좋다 제공

‘해변을 빗질’하며 만든 음악

지난해 여름 제주 협재의 바다. 가수 김목인은 해변을 걸으며 반짝이는 유리 조각들을 주웠다. 해변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주워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 정리하는 친환경 운동 ‘비치코밍’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허리를 구부려 밭이 아닌 해변에서 은빛 파도가 내려 놓고 간 표류물을 줍는다는 것. 그에게 비치코밍은 파도가 토해 낸 바다의 추억을 모으는 작업 같았다. 김목인은 어머니와 함께 모은 유리조각을 병에 담아 집 식탁에 올려 놨다. 따뜻했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김목인은 올 가을에 노래 ‘비치코밍’을 만들었다고 한다. “바다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겨준다는 것 우리가 태어난 저 바다의 숨결을 느끼며~”. 김목인의 담백한 목소리는 보사노바풍의 멜로디에 실려 어지러운 마음을 곡 제목처럼 빗질하듯 어루만진다.

제주에 사는 장필순은 바다 지키기 캠페인 음반 '바라던 바다'에 '탈출'로 참여한다. 조동익이 만든 곡을 편곡하고 새로 불렀다. 페이지터너 제공

멍든 바다 보듬는 ‘바라던 바다’

바다와 비치코밍을 주제로 한 앨범 ‘바라던 바다’가 19일에 나온다. 제주에서 직접 밭을 일구고 사는 장필순을 비롯해 김일두, 권나무, 조동희, 세이수미, 시와, 재주소년 등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멍든 바다를 보듬고 바다와 함께 걷길 바라는 마음이 모여낸 21세기판 ‘내일은 늦으리’ 친환경 프로젝트다.

앨범에 실린 바다엔 생명력이 가득하다. 조동희에 바다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자 “숨겨두고 싶은 그림”이며 “만져주고 싶은 마음”(‘바다품’)이다. 세이수미는 바다가 “황홀한 꿈”이자 “돌아가고 싶은 나의 집”(‘길 끝에서’) 같다. 조동희는 “너무 힘들고 마음 둘 곳 없을 때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바다를 찾았다”며 “내 등을 어루만져 준 바다 노을 등 바다의 넉넉한 품을 기억하며” 곡을 썼다. 장필순은 조동익이 만든 ‘탈출’을 새로 편곡하고 다시 불러 앨범에 싣는다. 김일두는 비치코밍에 참여한 제주도민과 함께 쓴 ‘바라던 바다’를 넣었다. 총 10곡이 실린 ‘바라던 바다’는 LP로 먼저 나온 뒤 내년 1월 중순 음원사이트에 음원이 공개된다.

폐 PVC를 활용해 LP를 만들고 있다. 서울 성수동 LP제작 공장인 마장뮤직앤픽처스에서다. 재주도 좋아 제공
폐 PVC로 만든 ‘바라던 바다’ LP. 재주도 좋아 제공

친환경을 주제로 한만큼 앨범도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 ‘바라는 바다’ LP는 LP의 주원료로 신제품 생산 때 버려진 PVC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애초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부표 등 바다 쓰레기로 LP를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한다. ‘바라는 바다’를 기획한 창작단체 재주도 좋아의 최윤아 씨는 “바다 쓰레기를 부수고 가열해 LP를 제작해봤으나 소리가 튀어 상품용으론 도저히 내놓을 수 없겠더라”며 웃었다. 대신 기타를 칠 때 쓰는 피크를 이번 앨범 제작을 위해 모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들었다. ‘바라는 바다’를 LP로 제작한 데는 음악의 소장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바람도 작용됐다.

제주 협재 해변에 부표가 널려 있다.
바다 쓰레기인 부표로 만든 기타 피크. 재주도 좋아 제공

“해녀학교 다니다 바다 문제 고민”

친환경 앨범을 기획한 재주도 좋아는 2013년부터 바다쓰레기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제주 해녀학교에서 바다를 즐기려고 우연히 만난 이들이 뜻을 모았다. 최 씨는 “해녀학교를 다니며 바다 쓰레기 문제를 절감했다”며 “바다에서 더 재미있게 놀고 싶은 바람에서 비치코밍 운동 등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mailto: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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