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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BIZ] 우주정거장에 간 첫 AI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임경업 기자 2018. 12. 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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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우주 개척을 돕는 로봇들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 우주비행사 알렉산더 게르스트가 배구공 모양의 작은 비행체에 "깨어나, 사이먼"이라고 말했다. 비행체 정면에 있는 디스플레이에는 사람의 눈·코·입이 그려져 있고, 1초 뒤 입술이 움직이며 음성이 흘러나왔다.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난 15일 첫 임무를 수행한 AI 로봇 ‘사이먼’이 우주비행사 알렉산더 게르스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위). 2011년 우주정거장으로 보낸 휴머노이드 ‘로보넛2(사진 아래 왼쪽)’와 지난해 6월 우주정거장에서 영상 촬영 임무를 수행한 드론 로봇 ‘인트볼’(사진 아래 오른쪽). /NASA·JAXA

무게 5㎏의 이 비행체는 내부에 달린 14개의 프로펠러를 이용해 비행사와 눈을 마주치며 우주선 안을 유영했다. 비행사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복잡한 화학 연구 작업에 대한 매뉴얼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조수 역할도 했다. 세계 최초로 우주정거장에 보내진 AI(인공지능) 로봇 승무원 '사이먼(CIMON)'이다.

인간의 우주 개척을 돕는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주선 안에서 비행사가 해야 하는 단순한 일을 대신 해주거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맡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의 'R2-D2'나 인터스텔라의 '타스' 같은 로봇 조수인 셈이다.

'왓슨' 탑재된 최초의 우주 AI 로봇

유럽우주국(ESA)과 미항공우주국(NASA)은 사이먼이 지난 7월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정거장에 왔고, 지난달 15일부터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항공기 제조 업체인 에어버스가 만든 사이먼에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됐다. 우주선에서 지상으로 왓슨 서버(대형컴퓨터)에 신호를 보내면 다시 왓슨이 사이먼에게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왓슨에 탑재된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사이먼에 전달되고, 반대로 사이먼을 통해 지구로도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그동안 우주에 로봇을 보낸 적은 수차례 있었지만 AI가 탑재된 로봇은 사이먼이 처음이다.

사이먼은 기본적으로 우주정거장의 정비·운항과 관련된 업무를 보조한다. 예컨대 비행사가 정비 도중 필요한 부품이나 다음 과정이 헷갈릴 때 사이먼에 탑재된 카메라로 AI가 상황을 분석해 정비 과정에 대한 조언을 음성과 액정 화면에서 제시한다. 특수 임무 세 가지도 주어졌다. 우주정거장에서 진행 중인 화학 관련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의학 관련 실험을 돕는다. 또 비행사와 함께 퍼즐(루빅스 큐브)을 풀면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임무다. 사이먼은 초음파를 이용해 스스로 위치와 경로를 파악해 좁고 장애물이 많은 우주정거장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면서 비행사들을 따라다닌다. 연구팀은 사이먼의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화성 탐사도 로봇이… 우주 탐사 역할 넓혀가는 로봇과 AI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간 로봇은 사이먼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드론 로봇 '인트볼'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졌다. 인트볼은 사이먼보다 작은 1㎏의 소형 로봇으로, 12개의 작은 날개와 제어 장치를 이용해 우주선을 유영하면서 영상 촬영을 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인공지능은 없지만 우주정거장 내부의 일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비행사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NASA와 제너럴모터스(GM)는 2011년 인간형 로봇 '로보넛2'를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상체는 사람과 흡사한 형태로, 양팔과 5개의 손가락이 달렸다. 하체는 문어 발처럼 구부러지는 형태다. 2013년에는 일본 JAXA가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소형 로봇 '키로보'를 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키로보는 일본어로 희망이라는 뜻의 '키보(kibo)'와 '로봇(robot)'을 합친 이름이다.

우주정거장에 가장 먼저 간 로봇은 로봇 팔이다. 2001년 캐나다 우주국이 개발한 로봇팔 '캐나다암2'가 우주정거장에 장착됐다. 지난달 화성에 착륙한 NASA의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호에도 탐사를 돕는 로봇 팔이 있다. 인사이트에 달린 태양광 패널을 통해 공급하는 에너지로 로봇 팔이 화성 표면의 흙을 채취하고, 표면 안으로 파고들어가 열전도율을 체크한다. 인간이 직접 할 수 없는 탐사 방식을 대신하는 수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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