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선로전환기 고장난 채로 1년 넘게 달렸다

최원우 기자 2018. 12.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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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위, 2가지 원인 중 '작년 9월 개통 때부터 케이블 엇갈려 있었다'에 무게

"선로전환기에 장애가 발생했습니다."(강릉역 관제사)

"큰일 났네, 이거."(서울 관제사)

강릉역 KTX 탈선 사고가 발생한 지난 8일. 서울 구로에 있는 코레일 철도교통관제센터는 오전 7시 7분 강릉역 부근 선로전환기(열차의 선로를 바꿔주는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다. 12일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이 공개한 사고 당시 녹취록에는 서울과 강릉역에 있는 관제사와 사고 열차 사이 오간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선로전환기 고장을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탈선 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시간은 28분이었다.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당시 서울과 강릉에 있는 코레일 관제센터에선 어느 선로전환기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했고, 이 때문에 사고 열차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고장 발견부터 사고까지 28분, 막을 수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관제사는 선로전환기 문제를 확인하고 5분 뒤 강릉역 관제사에게 "초기 대응팀을 빨리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2분 뒤 코레일 직원 윤모씨 등이 선로전환기 오류를 확인하기 위해 출발했다. 하지만 초기 대응팀이 고치겠다고 나선 선로전환기는 정상 상태였다. 대신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선로전환기가 고장 나 있었다. 선로전환기는 고장이 발생하면 강릉역으로 문제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게 돼 있다. 두 개의 선로전환기는 신호 기능이 엇갈려, 서로 상대편의 선로전환기 상태를 관제센터에 보낸 것이다. 이 신호를 보고 초기 대응팀은 멀쩡한 선로전환기를 고치러 나선 것이다.

오전 7시 17분, 서울 관제사는 "KTX806 (사고 열차)이 나가는 데 지장 없느냐"고 물었다. 강릉역 관제사는 "보낼 수 있다. 선로전환기에서 보내도 된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열차가 통과할 선로전환기는 고장 난 상태였다.

9분 뒤인 오전 7시 26분 열차 기장은 "출발시키겠다"고 관제센터에 알렸고, 관제센터는 별다른 조치 없이 열차를 출발시켰다. 출발 5분 뒤인 오전 7시 35분, 사고 열차 기장으로부터 "강릉기지 분기선 가다가 열차 탈선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제야 관제사들은 놀라며 "열차 탈선했다고 했습니까"라며 되물었다.

◇1년이나 고장 난 채 달렸다니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고장을 일으킨 선로전환기와 인근 선로전환기는 작년 9월 설치 때부터 케이블이 엇갈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위는 사고 직후 ①작년 9월부터 두 개 선로전환기 케이블이 엇갈렸는지 ②강릉선 KTX 개통 이후 보수하는 과정에서 케이블을 잘못 건드렸는지 2가지 가설을 놓고 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론 ①번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지난 1년 동안, 강릉선 KTX는 엉터리 선로전환기를 이용해 고속으로 서울과 강릉을 오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1년간 그 많은 열차가 사고 없이 다닐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현재로 추정 가능한 것은 두 개의 선로전환기가 지난 1년간 정지(stop)와 진행(go) 사인이 항상 일치했다는 가정이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위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 중이다. 이와 함께 조사위는 선로전환기 부품 자체가 문제였는지, 설치 단계에서 시공 업체가 잘못했는지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1년간 오류가 있었는데도 선로 유지·보수를 맡은 코레일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코레일 책임이 크다. 선로설비 유지·보수 세칙에 따르면 분기에 한 번씩은 기계실 안 분선반과 단자류 배선 정비 상태를 확인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철도시설공단에서 선로전환기에 대한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아 제대로 정비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전직 코레일 간부는 "소유권이 없어서 정비를 못 했다는 것은 핑계"라면서도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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