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끈질긴K] '150만 원 콘서트 티켓'의 진실..매크로·대행표 추적기

김수영 2018. 12. 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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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스포츠 경기나 공연 티켓을 예매하려다 실패하고 느린 손을 탓해 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애초에 '느린 손' 때문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 우리가 '피켓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끈질긴 K에서 파헤쳐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PC방.

["59분이다, 59분!"]

인터넷에서 티켓 예매가 시작됩니다.

희비가 엇갈리면서 환호성과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옵니다.

["야, 망했다 망했다, 이거 2층이라도 해?"]

["오, 됐다! 나 157번 받았어!"]

이날 티켓 예매는 2분 만에 매진.

하지만 같은 시각, 어찌 된 일인지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 콘서트 암표가 하나둘씩 올라옵니다.

["우와 30만 원까지 해? 중앙 C구역?"]

14만 원짜리 표가 2배 넘게 올라 30만 원에 거래됩니다.

30분 정도 지나자 11만 원짜리 표 한 장 값이 150만 원까지 치솟습니다.

["150만 원. 2열. 맨 앞이네."]

암표상들이 많다는 제보를 받고 한 시상식장을 끈질긴K가 찾아가 봤습니다.

한류 스타들이 총출동해 국내외 팬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암표상들이 곳곳에서 표를 팝니다.

["티켓 필요하세요?"]

이런 티켓을 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암표상/음성변조 : "보통 알바들을 5~6명씩 두고 열리자마자 (매크로 쓰니까) 일반인들은 표를 못 구하는 거지..."]

예매 전쟁 승리 비법은 매크로라는 겁니다.

매크로는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 입력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로 매크로를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끈질긴K가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5개 예매처, 2개월 치 사용료가 8만 원입니다.

일반적으로는 5번 이상 클릭해야 결제창까지 이동하는데, 매크로를 사용하면 단축키 2번이면 충분합니다.

0.1초 차이로 티켓 예매 성공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매크로를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매진된 공연의 취소 표를 잡기 위해 매크로를 사용해봤습니다.

["잡은 거예요, 방금 취소된 표를."]

잡았던 티켓을 취소하자마자 바로 누군가에게 팔립니다.

[홍○○/제보자/음성변조 : "사실 손으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암표상들에게) 티켓을 뺏기는 것 같아서 너무 억울하죠."]

하지만 티켓 예매처는 속수무책입니다.

[티켓 예매처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으면 사실 한 명이 몇 장 샀는지 알 수 없어요."]

최근 암표 거래가 가장 활발한 곳은 공연장 현장이 아니라, 인터넷입니다.

이번엔 끈질긴 K가 인터넷 암표 거래를 역추적해봤습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 오픈 카톡방에 들어가니, 이미 백 명 이상이 문의하고 있습니다.

업체들에 한 공연의 암표 가격을 묻자, 만 2천9백 원짜리 표를 2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부릅니다.

며칠 뒤, 구입한 암표 4장이 차례차례 도착합니다.

["와 있어요!"]

끈질긴 K 취재진은 우편에 적힌 주소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선생님? 계세요?"]

아무도 없습니다.

또 다른 주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됐습니다.

[암표 판매자/음성변조 :"근데 왜 KBS에서 그걸 왜! 그걸 제가 굳이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에서 만난 것은, 난데없는 여행사 직원들입니다.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주소는 맞는데, 저희가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거든요."]

표의 출처를 묻자, 주최 측에 협찬금을 내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받아온 이른바 '협찬표'라고 말합니다.

이 표를 정상적으로 외국인에게 팔았을 뿐 내국인에게 판 적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일본 친구를 통해서 한국 애들이 구매해요. 그럼 저희가 배송을 해 주잖아요. 그걸 가지고 재판매를 자기네끼리 하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다음 날.

끈질긴 K는 암표가 거래된다는 또 다른 시상식을 찾았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산 티켓은 25만 원.

역시 만 원도 안 되던 티켓 가격이 25배 넘게 뛰었습니다.

["(장소가 어딘데?) 호프집으로 오라는데?"]

호프집으로 들어가자 탁자를 차려놓고, 티켓 부스 마냥 표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티켓 방금 입금한 거요!) 아, 방금 좌석이요?"]

하루 전만 해도 내국인에게는 표를 팔지 않는다던 여행사 직원이 취재진을 알아봅니다.

["KBS에서 나오셨어요? 왜 녹음하세요!"]

표의 출처를 따져 묻자 평소 알고 지내는 공연 관계자에게 받은 표라고 털어놓습니다.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솔직히 제가 여행사 바닥에 십몇 년 있다 보니까 아는 인맥이 저도 좀 있어요. 이 표 주신 분은 모 국장님인데..."]

협찬금을 내고 받거나 공연 관계자에게서 흘러나온 표의 일부가 암표로 유통되고 있는 것입니다.

끈질긴K의 취재 끝에 한 여행사 대표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이런 관행이 업계 전체에 만연해 있다고 말합니다.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우리가 5천만 원, 1억 원을 넣겠다 그러면 저쪽에서 상응하는 티켓을 주는 거예요. 물론 일부 관계자 통해서 받는 것도 있고요."]

사실상 정부의 단속이나 대책도 없습니다.

[문체부 관계자/음성변조 : "대책이 이렇다저렇다 나온 건 없어요. 단속 인력과 조직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단속을 하겠어요."]

실제로 공연법과 경범죄처벌법 등 관련 법안 10여 개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전희경/국회의원/공연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 : "아직 법안 소위 단계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많은 경우 정치적인 쟁점 법안들에 의해서 뒤로 밀리거나 하죠."]

하지만 국회는 더 큰 책임은 관계 부처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태규/국회의원/경범죄처벌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 : "관계 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것이 암표 매매 행위다. 조직적이고, 상습적이다. 금방 알 수 있죠. 의원입법으로 발의되기보다는 사실 정부 법안 발의로 처리되면 훨씬 더 바람직한 건데."]

프로야구 경기부터 콘서트, 시상식까지 암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

공연 주최 측과 관계 기관이 눈을 감은 사이 팬심을 이용하는 암표상들만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끈질긴 K 김수영입니다.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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