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온종일 토익책만 보다 퇴근".. 일 없이 공돈 받는 인턴들

최재규 기자 2018. 12. 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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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행사 때 먹을 과일 썰기, 우편 봉투에 풀칠하기, 청소."

12일 A 공단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다 올해 퇴사한 B 씨에게 A 공단에서 채용하는 체험형 인턴이 하는 일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B 씨는 "어차피 업무 자체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어서 인턴에게는 진짜 잡일밖에 못 시킨다"며 "일하는 인턴들도 지원한 것을 엄청 많이 후회하고, 공단에서도 시킬 일도 없는데 자리를 만들어줘야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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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쌓기 ‘세금낭비’ 일자리

울산 조선업 실직자 알바 제공

2개월짜리 일에 58억 쏟아부어

부산시도 허드렛일에 급여지급

잡일 허탈한 인턴들 지원 후회

기관은 억지로 일 만들기 골치

“내부 행사 때 먹을 과일 썰기, 우편 봉투에 풀칠하기, 청소….”

12일 A 공단에서 정직원으로 일하다 올해 퇴사한 B 씨에게 A 공단에서 채용하는 체험형 인턴이 하는 일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B 씨는 지난봄까지 인턴 직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B 씨는 “어차피 업무 자체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어서 인턴에게는 진짜 잡일밖에 못 시킨다”며 “일하는 인턴들도 지원한 것을 엄청 많이 후회하고, 공단에서도 시킬 일도 없는데 자리를 만들어줘야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 공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실제 업무를 체험할 기회는 거의 없고 우편물 부치기, 외부 봉사활동 등에 인턴을 활용하고 있다. 인턴 D 씨는 “가끔 스캔 작업도 하는데 인턴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자리가 남아야 가능하다”며 “작은 사업소에 배치되면 온종일 토익책만 보다가 퇴근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중앙정부의 일자리 창출 독려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평가다. 인천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4억5600만 원을 지원받아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농촌 지역 폐비닐 수거 일에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데 지원자는 당초 목표했던 450명의 절반 수준인 253명에 그쳤다. 인천에서 농업 인구가 가장 많은 강화군에는 2억2800만 원이 배정돼 12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이날 현재까지 지원한 인원은 31명에 불과하다. 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지원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적은 데다, 기존에 해오던 해안 쓰레기 수거 일과 중복된다.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울산시 동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동구는 최근 공공일자리 사업에 국비를 포함해 예산 58억 원을 들여 935명의 조선업 실업자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대부분 짧으면 2개월, 길게는 7개월 만에 다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동구는 이 외에도 올해 자체 사업인 공공근로사업과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에 각각 8억 원과 2억8000여만 원을 들여 모두 225명에게 공공 일자리를 제공했으나 이 역시 근무 기간은 4개월 정도에 그쳤다. 부산시도 최근 3·4분기 직접일자리 2만4552개를 늘렸다고 발표했지만 내용은 공공근로사업과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도시철도보안관 운영 등의 수개월짜리 초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또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 취업연수생으로 채용한 170명의 대학 졸업생은 생활보조금 성격의 월 160만 원을 받고 시청과 산하기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수준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산불감시원의 경우 기존 계절 수요에 따라 국립공원별로 1∼2명씩 선발했지만, 이번 정부의 맞춤형 일자리 정책에 따라 290명으로 5배 가까이 늘렸다. 또 청소와 해상공원 쓰레기 수거를 위해 410명을 뽑는 등 지난해보다 단기 고용인력을 2.5배 늘렸다. 경찰도 불필요한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의 경우 지난 11월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184명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 도내 교통표지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서별로 5∼15명이 배치됐으며 40여 일간 급여로 1인당 270만 원가량을 받는다. 이처럼 전국 경찰서에는 총 2019명이 채용돼 교통안전표지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예산만 55억 원으로 추정된다.

최재규 기자 jqnote91@,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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