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에 방치된 유해 260여 구.. 중단된 진실 규명
[앵커]
우리 근현대사 과정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반인권적 범죄나 민간인 학살, 의문사 등을 조사해 국민통합에 기여하고자 출범했던 진실 화해 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지 8 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06 년부터 약 4 년간 조사활동을 벌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 년에 문을 닫았죠.
그런데 이 진실화해위원회를 다시 출범시켜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건지 재출범이 실제로 가능한 건지, 최광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경남 진주의 한 야산.
한켠에 푸른 지붕의 컨테이너 박스가 세워져 있습니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플라스틱 상자 속에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유해들이 방치되다시피 쌓여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보도연맹 사건의 피해자들로 추정되는데, 이 주변에서만 260구 가량이 수습됐습니다.
["전부 이게 다 유해입니다. 이것뿐이 아니고..."]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진주 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재소자 등 2천여 명이 군인과 경찰 등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대량 민간인 학살지는 진주 지역에만 23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발굴이 진행된 곳은 불과 8곳, 나머지 15곳의 유해들은 여전히 땅 속에서 발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줄거라 기대했던 국가기구,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2010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안경호/전 진실화해위 조사위원 : "조사 활동 기간이 (기본) 4년에 더해 2년을 더 할수 있게 보장돼 있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2년 연장을 반대했고, 그래서 미처 사건들을 끝내지 못한..."]
강병현 씨의 아버지도 보도연맹원 회의가 소집됐단 말에 면사무소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됐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안타깝기만 합니다.
[강병현/보도연맹 피해자 유족 : "이 안에 우리 아버지의 유해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거죠. 땅 밑에 아직 발굴 안됐을 수도 있고...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어요? 누가 봐도... 이게 뭡니까."]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 유족들은 지금도 매일 국회를 찾아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출범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광호입니다.
최광호 기자 (pe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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