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밀착카메라] 나뒹구는 술병·통발..'도루묵잡이'에 동해 몸살

김도훈 2018. 12. 11. 21: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근 동해안에는 '도루묵 잡이'가 한창입니다. 산란기를 맞아 연안가로 들어오는 '도루묵'을 잡으려고 관광객들이 항구나 방파제마다 북적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얼마 전 저희 밀착카메라 앞으로 시청자 한 분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동해안의 한 항구에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통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인데요.

바로 도루묵을 잡으려는 관광객들입니다.

항구 안쪽 상황은 어떤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방파제 곳곳에 통발을 드리운 관광객들은 산란기를 맞아 해안가 가까이 오는 도루묵을 기다립니다.

[관광객 : 지금 한창 내려온대요. 산란철이라. 지금 도루묵이 알 반, 도루묵 반이야. 한 시간 정도면 통발 하나 가득 차는 거야.]

어선들이 정박한 부둣가 근처에도 관광객들이 쳐놓은 통발들이 묶여있습니다.

어항구역 내에서 낚시행위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 부과 대상입니다.

[관광객 : 여기 통발잡이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에요. 찍으시면 안 돼요.]

방파제 입구에 도루묵 포획금지를 알리는 현수막만 붙어있을 뿐 관할 지자체나 해경 단속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강원 고성군청 : 잡지 말라는 현수막은 있고요. 저희가 주말에도 나가서…]

도루묵 통발잡이 낚시가 허용된 인근의 또 다른 항구, 바다 산책로에는 낮부터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한 사람당 통발 하나씩만 이용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한번에 여러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광객 : 놀러 온 거예요. (통발) 5개. 많이 잡았어요. 마릿수를 셀 수가 없어요.]

일부 관광객들은 대량으로 잡은 도루묵을 되팔기도 합니다.

[어민 : 자기 먹을 것만 잡아가면 되는데 이걸 파는 거야. 어민들이 아닌데. 장사를 저 위에 쏟아놓고. 문제가 되고 있잖아. 시비가 돼 가지고.]

해가 지고 나면 해상 산책로 주변은 통발과 아이스박스를 든 관광객들로 더 북적입니다.

어민들은 오후 5시 이후 도루묵 통발잡이 낚시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오히려 밤이 되자 관광객 수는 낮보다 2배이상 늘어났습니다.

지금 시각이 밤 12시가 가까워졌는데, 얼핏 육안으로 보기에도 100여 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해상 산책로 위에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통발을 건져올리자 환호성이 터져나옵니다.

[어머나 많이 들었다. 세상에 우와 대박, 대박.]

아이스 박스마다 도루묵으로 가득합니다.

한쪽에서는 도루묵을 구워먹기 위해 불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곳곳에서 술판도 벌어집니다.

타고 남은 재는 그대로 바다 위로 떨어집니다.

다음날, 도루묵 통발잡이가 끝나고 관광객들이 떠난 자리.

도루묵이 든 통발은 줄이 끊긴채 물 속에 버려져 있고, 물 위에는 쓰레기들이 떠다닙니다.

항구 안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와봤습니다.

이렇게 곳곳에는 끈이 잘리고 끊겨나간 통발들이 수초 주변에 버려진채 방치 돼 있고요.

뒤쪽으로 한번 볼까요.

낚시객들이 밤새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먹고 남기고 간 쓰레기들이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곳곳에 빈 술병과 먹고 버린 도루묵들이 널려 있습니다.

바다에 버려진 통발 밧줄이 어선에 걸리기도 합니다.

[어민 : 작업을 못 하죠. 배를 고쳐야 되잖아. 그걸 누가 매 놓았는지 알고 누구한테 탓을 하냐고. 모르잖아요. 누가 맸는지를…]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마을 주민들의 몫입니다.

[마을 주민 : 고기 잡아가는 거 누가 뭐라 해요. 말 안 하거든. 와서 깨끗하게만 하면 누가 뭐라고 그래요.]

도루묵 잡이 관광객들이 밤새 즐기고 떠난 자리, 남은것은 쓰레기 포대 수십 자루입니다.

'나 하나 쯤은 괜찮겠지'라며 자리에 두고 간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들의 양심은 아니었을까요.

(인턴기자 : 박지영)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