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2호, 41년 날아 인터스텔라로 진입

김진호 기자 2018. 12. 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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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탐사선 보이저2호가 인류가 만든 물체 중에서 두 번째로 심(성간)우주에 도달했다. 총 41년간 297억7200만㎞에 이르는 거리를 날아 이제는 태양의 영향을 받지 않는 머나먼 우주 공간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0일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에서 보이저2호가 심우주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보이저2호는 지난 1977년 8월 20일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호보다 일찍 발사됐다.  보이저1호는 그보다 16일 늦은 9월 초 우주로 향했다.

하지만 보이저2호는 더 느린 궤도로 날도록 설계돼 심우주 진입까지는 6년 더 걸렸다.  보이저 1호는 목성의 위성 이오를 촬영한데 이어 토성 고리의 성분을 최초로 촬영했다. 보이저 2호는 해왕성과 천왕성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태양풍 영향이 미치는 ‘태양권’의 바깥은 심우주에서 오는 압력이 작용한다. 플라스마 형태의 태양풍이 뻗어 나가지 못하고 역류하지도 않으며 균형을 이루는 구간이 나타난다. 심우주와 태양계 사이 경계를 형성하고 있는 ‘태양권계면(heliopause)’이다. 이곳을 넘어서면 심우주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1월 5일을 기점으로 보이저 2호가 받는 태양풍 입자의 양이 크게 감소하고, 심우주에서 오는 우주선량이 크게 증가했다. - NASA 제공

보이저 프로젝트를 담당한 과학자들은 지난 11월 5일 태양풍의 영향이 급격히 감소했으며 현재는 그 값이 전혀 측정되지 않는 것으로 미뤄보면 탐사선이 태양권계면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이저 2호가 심우주로 진입 여부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 확정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탐사선에 실려있는 플라스마 측정 장비(PLS)를 통해 얻은 결과다. PLS는 플라스마의 전류를 측정한다. 입자의 속도와 밀도, 온도, 압력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태양풍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어 심우주 진입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증거로 사용된다.

보이저 1호는 심우주 진입여부를 확정하는 결정적 증거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보이저 1호에도 PLS 장비가 있었지만 1980년에 고장이 나 작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ASA측이 보이저 1호가 심우주에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해 심우주 진입에 대한 확정 발표를 한 것은 진입추정시기(2012년 8월)보다 8개월이 늦은 2013년 4월이었다.

강력한 태양 흑점 폭발이 때마침 발생해 보이저1호의 진동 장비에 그 값이 기록되면서 겨우 명확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태양계물리학을 연구하는 아릭 포스너 NASA 박사는 지난 10월 방한해 “2012년 3월 태양표면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이때 뿜어져 나온 코로나질량방출(CME)이 13개월이 지나 보이저 1호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보이저 1호에서 작동 중이던 진동 관측 장비가 CME로 인한 플라스마 진동을 측정했다. 이때 발생한 진동의 높낮이를 물질 밀도로 환산한 결과, 태양권보다 40배 높은 플라스마 환경에 있는 것이 결론나면서 보이저 1호가 심우주에 있는 것으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

태양계의 모식도를 나타낸 것으로, NASA 제공

보이저 1호와 2호가 심우주에 접어든 것으로 판명났지만, 태양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태양권계면 밖에는 소규모 천체들이 모여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 구름이 존재한다. 오르트 구름은 태양의 중력 영향에 놓여 있어 사실상 넓은 의미의 태양계로 분류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르트 구름의 폭은 태양에서 1000 AU(천문단위·1 AU는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10만 AU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이저2호가 비행을 계속해 오르트구름의 안쪽 끝에 도달하는데 300년, 이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는 3만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ASA에서 보이저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과학자인 에드 스톤은 “태양권계면 너머에 존재하는 심우주 지역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보이저2호를 통해 태양계 바깥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통신이 두절됐다. 반면 아직까지 보이저 2호는 지구와의 교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구에서 직선거리로 약 180억 ㎞ 떨어진 곳을 날고 있는 보이저2호에서 전송한 신호가 빛의 속도로 심우주네트워크(DSN)를 통해 지구에 도착하는 데는 16.5시간이 걸린다.  큰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보이저 2호는 플루토늄 연료가 떨어지는 2027년 경까지 지구로 심우주의 정보를 전달해 줄 전망이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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