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분 잃은 '4년 80억' 제안서..결국 시장은 '시장'이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18. 12. 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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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일 프로야구선수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은 제안서 항목 중 하나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총액 상한제’를 공식 거부했다.

KBO는 FA 계약 최대치를 ‘4년 총액 80억원’으로 묶는 안을 관철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등급제와 FA 연한 축소 등 기타 당근책과 엮어 선수협회에 제안해둔 상태였는데, ‘총액 상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협상은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

선수협회의 공식 반발로, 애초부터 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4년 총액 80억원’ 규정은 수면 아래로 쑥 가라앉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 시장이 열리고 한 구단이라도 최근 몇 년간의 시장 흐름에 맞춰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KBO의 당초 제안은 명분을 읽을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 연합뉴스

당시 KBO 한 관계자는 묘한 얘기를 했다. “(현재 분위기로는) 큰 건이 터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구단 간 담합이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각 구단의 정서를 감안할 때 어느 구단도 먼저 나서 넘치는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뜻으로 들렸다. ‘4년 총액 80억원’의 제안이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쨌든 모든 구단이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것을 근거로 한 얘기 같았다.

그러나 KBO의 방향 또는 각 구단의 정서 등 그 어떤 것도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 FA 시장은 결국 시장 논리에 따라 귀결됐다.

흔치 않은 포수 FA로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초특급 매물’의 등장에 시장은 반응했다. 양의지는 미국을 다녀온 뒤 올해 FA로 4년간 115억원을 받은 김현수(LG) 못지않는 공격력에, 포수라는 포지션으로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시장 상황에 따라 몸값은 ‘김현수+α’로 올라갔고 계약기간 4년에 총액이 125억원까지 이르는 대박 계약이 완성됐다.

각 구단과 KBO는 추후 이뤄질 선수협회와 추후 FA 제도 개정 협상에서 ‘총액 상한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렵게 됐다. ‘4년 80억원’을 특급 선수의 몸값 기준선으로 판단한 근거가 스스로 미약했던 것을 인정한 격이기 때문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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