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떠난 두바이 공주 어디에

서동일 특파원 입력 2018. 12.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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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악마다. 당신이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죽었거나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이 같은 동영상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주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막툼(33). 두바이 왕실이 9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주 "그녀는 안전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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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총리의 딸인 라티파 공주, "아버지는 악마" 3월 두바이 탈출
美망명 시도했지만 붙잡혀 끌려가
SNS 폐쇄되고 사망설까지 돌아.. 왕실 9개월만에 "잘 있다" 성명
국제인권단체는 "감금돼 있을것"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최고 통치자이자 아랍에미리트 총리의 딸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막툼(33·왼쪽)은 올해 3월 ‘자유를 찾아’ 두바이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종됐다. 그녀는 친구 티나 자우히아이넨(오른쪽)의 도움으로 오만 국경을 넘은 뒤 휴대전화로 셀피를 찍으며 “자유를 느낀다”고 말했다. BBC 방송 화면 캡처

“우리 아버지는 악마다. 당신이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죽었거나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올해 3월 이 같은 동영상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공주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막툼(33). 두바이 왕실이 9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지난주 “그녀는 안전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라티파 공주는 두바이 최고 통치자이자 아랍에미리트 총리를 겸하고 있는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딸이다.

그녀는 올해 3월 “내 삶은 감옥과 같다”며 두바이 탈출을 감행했다가 실종됐다. 운전사와 비서, 손톱 관리인 등 100명이 넘는 도우미를 뒀을 정도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내 삶에서 빠진 ‘자유’를 찾아 떠나겠다”며 탈출했다. 억만장자이자 두바이 최고 권력자인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라티파 공주는 “모두가 나의 감시자나 마찬가지였다”며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사람보다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2010년 라티파 공주가 전직 프랑스 첩보원이자 해군 장교 출신의 한 남성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된 ‘탈출 계획’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그녀가 취미인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만났던 지인들도 수년간 탈출 준비를 도왔다. 라티파 공주는 올해 3월 친구 티나 자우히아이넨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로 두바이에서 오만 수도이자 항구도시인 무스카트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제트스키를 타고 바다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요트로 갈아탔다. 이후 인도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인도 고아주 상륙을 약 50km 남겨두고 바다에서 붙잡혔다. 자우히아이넨은 “총을 든 남성들이 배에 올라타 눈을 감지 않으면 쏘겠다고 위협했다”며 “그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탈출에 실패한 뒤 그녀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모두 폐쇄됐고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탈출을 준비하는 동안 라티파 공주는 “두바이로 돌아올 바에야 죽는 편이 낫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에 대비해 찍어둔 동영상에서 “내가 일생 동안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은 아버지다. 그에게서 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자신의 명성만 지킬 수 있다면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동영상은 그녀가 실종된 며칠 뒤 유튜브에 공개됐다.

두바이 왕실은 라티파 공주의 33번째 생일이던 5일 “(라티파는) 두바이에서 가족들과 생일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생일파티는 사적이고, 평화로움 속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라티파 공주는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며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가족들은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바이 왕실의 주장과 달리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들은 라티파 공주가 감금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그녀가 사망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라티파 공주는 16세 때도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었다. 당시 탈출 하루 만에 아랍에미리트 국경 부근에서 붙잡혔던 라티파 공주는 “(붙잡힌 이후) 3년여 동안 감금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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