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집창촌 '자갈마당', 110년 만에 폐쇄 '고삐' [현장에서]
[경향신문]

대구역에 내려 광장을 빠져나오면 대구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왕복 6차로의 태평로가 나타난다. 이 도로를 따라 달성네거리 쪽으로 1.1㎞ 지나면 왼쪽에 원룸촌처럼 보이는 주거단지가 눈에 잡힌다. 골목길로 접어드니 3~5층짜리 여인숙 50여동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일반 숙박시설과 다르지 않았으나 입구마다 ‘청풍정’ ‘팔팔관’ 등 형형색색 간판이 내걸려 있었다. 간판은 낡고 퇴색한 데다 출입구도 대부분 굳게 잠겨져 있었다. 3일 오후 찾은 중구 ‘자갈마당’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썰렁했다.
대구 도심에서 110년간 영업을 이어온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이 이달 말이면 사라진다. 대구시가 도시 정체성에 맞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 업소는 개발에 반발하고 있으나 여론은 냉소적이다.
이곳 대부분 업소들은 영업 자체가 불법인 만큼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대구시도 도심부적격 시설 정비차원에서 민간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민간업자가 자갈마당(1만8233㎡) 부지 매입에 나서 현재 91%에 달하는 1만6592㎡의 토지소유자로부터 매매 동의를 받았다. 토지수용률이 95%를 넘으면 민간개발이 가능하다.
(주)도원개발은 조만간 요건을 충족시켜 오는 20일 시에 주택건설사업(주상복합아파트 900가구, 오피스텔 300가구) 신청을 낼 계획이다. 이어 매매계약이 체결된 건물부터 폐쇄 표지, 가림막 설치 등에 들어간다.
중구 도원동에 들어선 자갈마당은 1908년 일본인들이 만든 유곽(성매매 여성들을 일정한 구획 안에 모아 영업한 공인매음업소)으로 출발했다.
2000년 초까지만 70여개 업소에서 600여명이 종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정비가 시작됐다. 경찰 단속이 강화됐고 2015년에는 110여명으로 줄었고 지금은 종사자가 거의 없다. 이달 말이면 이곳의 과거 모습은 아예 자취를 감춘다. 민간업자가 개발을 서두르고 대구시도 조기폐쇄 고삐를 당기고 있다. 남희철 대구시 도시기반혁신본부장은 “만일 민간개발이 여의치 않으면 내년 초 공영개발로 전환해 토지 강제수용 등 폐쇄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tae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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