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美·中은 '해롭다'며 금지, 한국은 무방비..청소년층 급속 확산
국내 중·고교생 흡연자 중 43%가 궐련형 전자담배 "펴봤다"연기·냄새 덜 나고, 편의점 노출 높아...유해성 논란은 확대

'찌는담배' 이른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뜨겁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필립모리스 간 소송전(戰)으로까지 비화한 모양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미국·중국·홍콩 등에선 유해성 문제로 판매가 금지돼 있다. 반면 국내에선 청소년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1~9월) 판매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2억3310만갑으로 전체 판매량의 약 9%를 차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작년 2분기 200만갑이었으나 올 2분기에는 무려 44배 늘어난 8710만갑에 달했다. 작년 5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출시 후 궐련형 전자담배의 누적 판매량(9월말 기준)은 약 3억2000만갑에 달한다.
문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 청소년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중·고교생 흡연율은 6.7%로 지난해(6.4%)보다 소폭 증가했다. 남학생 흡연율은 9.4%로 지난해(9.5%)보다 약간 줄었지만 여학생 흡연율은 3.1%에서 3.7%로 높아졌다.
그런데 청소년 흡연자 중 아이코스·릴·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 경험률을 조사한 결과 43%에 달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경험률은 남학생 흡연이 여학생보다 높았고, 특히 고3 남학생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자들 사이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일반 담배에 비해 ‘연기와 냄새가 덜 난다’는 점을 꼽았다. 청소년들은 교사나 부모의 눈을 피해 담배를 숨어서 또는 몰래 피우는 경우가 많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연기·냄새가 일반 담배보다 덜해 쉽게 들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소년 담배 노출 높은 편의점…진열 광고 금지 목소리도
편의점을 통한 담배 접근성이 높은 것도 이유다. 아이코스의 한국 매출이 전세계 ‘톱3’ 안에 드는 것도 편의점 유통과 관련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과 연기와 냄새가 없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초·중·고 학생들의 담배사 브랜드 인지와 흡연욕구 상승, 담배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편의점 계산대 앞 담배 진열 광고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통해 담배회사의 광고와 판촉 및 후원 행위에 대해 전면금지할 수 있도록 각 회원국에 권고하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 영국, 호주, 캐나다, 태국 등 해외에서는 판매점 담배 진열을 금지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청소년 흡연이 늘면서 관련 질병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전자담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줄(JuuL)’이라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편의점 판매를 금지시킨 것. 편의점에서 미성년자가 성인인증없이 전자담배를 구입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정부 통계를 인용, 올해 전자담배를 피우는 고교생은 작년보다 77% 급증했고 중학교에서는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도 지난 10월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 27개국에서 이러한 규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중국, 아이코스 판매 금지....FDA "아이코스가 덜 위험하다는 과학적 증거 없어"
미국과 중국에선 아이코스가 시판조차 되지 못했다. ‘유해성’ 논란 때문이다. 필립모리스는 ‘덜 위험한 담배’로 인정받기 위해 지난해 5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나도록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FDA 자문위원단은 올초 아이코스가 일반담배보다 흡연 관련 질병의 위험을 낮춘다는 주장에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 대비 흡연 관련 질병이나 사망 위험을 줄여준다고 주장했지만, FDA 자문위원단은 회사가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FDA 자문을 맡은 스탠턴 글랜츠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는 필립모리스가 90일간 아이코스 흡연자와 일반 흡연자의 백혈구 수치, 혈압 수준 등 24개 건강지표를 비교한 결과 23개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며, 아이코스와 일반 담배의 인체 유해성이 거의 같다고 밝혔다.
매튜 스프링거 미국 UCSF 의대 교수와 푸네 나바비자데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동물실험 결과를 미국심장학회(AHA)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동물실험 결과 아이코스 증기에 노출된 쥐의 혈중 니코틴 함량은 일반 담배 연기에 노출됐을 때의 4.7배에 달했다. 이들은 태우지 않고 찌는 방식의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궐련 흡연에 따른 심혈관 건강의 악영향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 법정 간 ‘아이코스’ 유해성 논란...식약처도 맞대응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식약처는 지난 6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1급 발암물질인 타르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이번 분석 결과와 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고,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립모리스는 이같은 결과에 강력 반발하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식약처도 맞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필립모리스가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심판 등 행정절차가 있는데도 이를 생략한 채 소송전에 뛰어든 것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임상 연구한 결과 아이코스는 기존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었다"며 "타르는 일반 담배를 불에 태워 발생하는 연기 성분을 측정할 때 쓰는 개념이라 태우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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