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르노 vs 닛산' 싸움, 르노삼성 흔들 수도

2018. 11. 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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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 수출 물량, 사라질 가능성 제기

 동맹 관계를 형성해왔던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이 결국 충돌했다. 닛산의 대주주로서 닛산을 합병하려던 르노의 계획에 앞서 닛산의 일본 경영진과 일본 정부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탈세 혐의로 체포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득 탈세 혐의지만 완성차 업계에선 닛산을 합병하려는 르노와 이에 맞서는 닛산, 그리고 뒤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프랑스와 일본 정부의 자동차 산업전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양 사의 충돌은 이미 예견돼 왔다. 1999년 파산 위기에 직면한 닛산의 구원투수로 르노가 나서며 동맹이 시작됐지만 현재는 닛산(580만대)의 덩치가 르노(370만대)보다 월등히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닛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가운데 하나여서 일본 정부도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르노는 닛산을 합병, 프랑스 중심의 글로벌 자동차군단을 키우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그룹 및 토요타그룹과 규모의 경쟁을 펼치고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동맹 이후 르노와 닛산이 적절하게 제품을 공유해 왔다면 이제는 미래를 위해 통합돼야 한다는 르노의 생각이 커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심에는 카를로스 곤 회장이 자리했다.  

 그런데 양사의 충돌을 예의 주시한 곳은 프랑스와 일본만이 아니다. 한국도 이들 싸움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한국 내 르노 소속인 르노삼성의 수출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SUV는 '닛산(NISSAN)' 엠블럼이 부착돼 미국으로 전량 수출된다. 지난 2014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이 어려움을 겪던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그는 북미 현지 생산이 부족했던 데다 르노삼성의 생산성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 내린 판단이었다. 이후 수출이 조금씩 증가해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 비중은 지난해 44%에 달할 만큼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또한 2019년 이후에는 로그 후속으로 엑스트레일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사의 동맹이 깨질 경우 닛산이 르노삼성의 로그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게 완성차업계의 시선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가뜩이나 자동차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청받는 일본 정부로선 연간 13만대의 한국 내 로그 생산을 닛산이 미국으로 옮겨주면 미국의 압박이 약화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고, 닛산 입장에서도 동맹의 결별은 르노 입김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미국으로 물량 이전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인 판단이다. 실제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로그 생산이 배정될 때 닛산은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르노 소속인 카를로스 곤 회장이 내린 결정이었고, 닛산은 르노가 대주주였던 만큼 일단 고개를 숙였다. 

 외형상 르노와 닛산이라는 거대 완성차기업의 갈등 같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동차산업을 서로 지키려는 프랑스와 일본의 산업 전쟁이나 다름없다. 두 나라 모두 자동차산업의 비중이 거대하고, 그에 따른 기계부품산업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다. 예를 들어 르노가 닛산을 합병하면 프랑스 부품산업은 성장할 기회가 마련되는 반면 일본 내 부품 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르노가 프랑스에서 완성차를 생산, '닛산' 엠블럼을 부착해 유럽 시장에 공급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르노와 닛산이라는 개별 기업은 주도권 경쟁이지만 프랑스와 일본 정부는 완성차 공장이 만들어냈거나 앞으로 만들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물밑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프랑스는 보다 많은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려는 입장이고, 일본은 자동차공장 일자리는 결코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동맹이 유지되거나 르노가 닛산을 합병하면 한국도 무사하겠지만 문제는 동맹이 깨지거나 닛산이 역으로 르노를 삼켰을 때다. 이 경우 르노삼성을 비롯한 한국 정부는 닛산의 한국 생산 물량 이전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완성차 공장 한 곳의 생산이 어느 날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위기를 넘어 생존 가능성마저 위협하기 마련이다. 르노와 닛산의 충돌이 '남의 나라 먼 이야기' 같지만 불통이 한국에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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