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철밥통 뭐라하는데.. 철밥통 많아져야 한다"

곽창렬 기자 2018. 11. 2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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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최대 友軍'서 투쟁 나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인터뷰

지난해 대선에서 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총은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를 이끌었던 사람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다. 현 정부의 최대 우군(友軍)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17일, 그는 '단결 투쟁'이라고 쓴 붉은 띠를 두르고 서울 여의도 국회 노동자 대회에 나섰다. 그리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강력히 경고한다.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소득 주도 성장이 빈말로 전락하는 현실을 지켜볼 수 없다"고 정부에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본지와 만나“현 정부가 노동정책에서 후퇴하려는 모습을 보여 경고하는 차원”에서 정부 비판에 나섰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남강호 기자

왜 돌아선 것일까. 지난 22일 본지와 만난 김 위원장은 "현 정부가 노동정책에서 후퇴하려는 모습을 보여 경고하는 차원"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게 이 정부와의 결렬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당장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로 돌아선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노총이 내세운 대표적 '노동 개악'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다. 이것이 최근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했을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가.

"우리가 지금 반대하는 것은 탄력근로제에 국한된 건 아니다. 아직 시행도 안 된 법을 그렇게 쉽게 바꾸겠다고 하니 얼마나 졸속인가. 최저임금도 좀 올랐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산입 범위를 넓혀놔 효과가 반감됐다(상여금·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 시에도 임금 총액은 덜 늘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서 한국노총은 근로시간 단축의 대가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왜 입장이 변했는가.

"그때 합의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 대타협에서 정부는 '양대 지침(저성과자 해고 등에 관한 지침)'에 대해 노동계와 협의하고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를 어겼다. (우리가 합의한 내용도) 이미 파기된 것이다."

―한국노총은 작년 5월 문재인 정부를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지금의 정확한 입장은 뭔가.

"당장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로 돌아서는 건 아니다. 지금 정부가 노동자를 파트너로 생각하는 등 예전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경제가 어렵다. (탄력근로제 등) 노동계도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나.

"한국노총은 투쟁과 대화를 병행하는 단체다. 일방적인 양보보다는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규직 노조의 '고용 세습'에 국민 반감이 크다.

"고용 세습이라는 건 있지도 않은데, 언론이 만들어낸 아주 자극적인 나쁜 조어다. (언론에서 말하는 세습된) 자리를 따져보면 저임금에 질 나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다만 (고용 세습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가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

―양대 노총이 '정규직 밥그릇' 지키는 데 몰두한다는 비판이 있다.

"자꾸 철밥통 이야기하는데, 나는 철밥통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철밥통 하나씩 들고 살았으면 좋겠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깎는다고 그 임금이 밑으로 내려가겠냐. 기득권 노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막는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지난 22일 출범한 사회적 대화 기구 경제사회노동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했다. '반쪽 출발'이라는 평가가 있다.

"민주노총이 같이하면 훨씬 힘 있게 갈 텐데 라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단, (경사노위 전체 위원) 18명 중 17명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이 빠졌다고 '반쪽'이라는 건 과하다."

―사회적 대화에 한국노총은 당연히 참여하니, 민주노총만 오면 다 된 것처럼 보기도 한다. 들러리 취급당하는 것 같은가.

"그런 점이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사회 개혁의 책임 있는 단체다. 남들이 보기에 더디고 미흡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얻으면 좋지만 사회가 그렇게 쉽게 굴러가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경쟁에서 밀린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만 맞는다. 포스코 등에서는 우리가 늦게 조직화를 시작했지만 다수 노조가 됐다. 다만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조직 사업을 좀 더 일찍 시작했고, 그 때문에 잘돼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한국노총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국노총의 정체성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노동계에서 어느 정당이든 많이 갔으면 좋겠다. 그들이 노동자들 목소리를 듣고 역할 했으면 한다."

―노동운동이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나.

"노동계만 안 변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업 중에서도 (직원을) 하인 취급하면서 주면 주는 대로 먹고살라는 식으로 구는 곳이 많다. 같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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