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의 게임'에 어떻게 말려들었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거의 6개월이 흘렀으나 양측간 비핵화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내년 초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는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이 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나 실무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회의론이 널리 퍼지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중앙정보국(CIA) 선임 분석관을 지낸 켄트 해링턴 (Kent Harrington)과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의 기자 출신인 존 월코트(John Walcott) 조지타운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게재한 ‘김정은이 어떻게 트럼프를 가지고 놀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북·미 협상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해링턴과 월코트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망하고 있다”면서 “지난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이 시종일관 트럼프의 허를 찌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세계적 수준의 협상가라고 자처하고 있지만, 진실은 김정은이 트럼프의 수를 다 읽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진짜이든 속임수이든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비핵화 약속을 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위협이 쏙 들어갔고, 문재인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으며 국제적인 대북 제재를 허물어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두 전문가는 “김정은은 북한의 핵 능력이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이 모든 것을 얻어냈고, 비밀리에 최소한 16곳의 탄도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2차 회담을 함으로써 자신이 새로 구축한 국제적인 정통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을 받으려 한다고 이들이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업적만으로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통해 역사적이고, 개인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두 전문가가 지적했다.
두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이 노력한 결과로 내세울 게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핵·미사일 목록 제공조차 완강히 거부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발뺌을 하는 것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를 잘 읽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평안북도의 대관유리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지지 않으려 하고, 국제 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으려는 나르시시스트라는 사실을 김 위원장이 간파하고 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어느 선에서 타협을 볼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으면서도 이를 위한 예비회담을 늦춤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노선이 어디인지 탐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한 뒤 상응 조치로 처음에는 종전선언을 미국에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 정부 관리들과 동맹국을 놀라게 했다. 북한은 그다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미국에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인 성격으로 인해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지 않으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두 전문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릴수록 김 위원장은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실제로 북한에 대한 요구 조건을 하나씩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은 ‘서두르지 않겠다’며 비핵화 시한 설정을 포기했고, 2차 정상회담 전 핵·미사일 목록 제공 요구도 철회했다. 한·미 양국은 연합 군사 훈련도 연거푸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 및 본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성사시켜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해링턴과 월코트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남북 화해에 달린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월에 유럽을 방문해 대북 제재 완화 로비전을 전개했다”고 강조했다. 두 전문가는 “문 대통령 정부는 북한을 억제하는 대신에 포용하려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연애편지’를 통해 두 사람 간의 브로맨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아직 궤도이탈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두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면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데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 전에 한 차례 회담 취소 결정을 내렸었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불허하기도 했다. 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게임이 더는 말려들지 않으려면 2차 북·미 정상회담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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