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다시, 고시원에 누웠다..살아남은 자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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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잠이 든 이아무개(63)씨는 지난 9일 새벽 3시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잠이 들었다.
3층에 살고 있던 이씨는 창문 밖으로 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갔고 다급한 마음에 2층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살아났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이씨는 그렇게 운 좋게 살아남았다.
이씨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화재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또 다른 고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지친 육신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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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정에 잠이 든 이아무개(63)씨는 지난 9일 새벽 3시쯤 화장실에 다녀와서 다시 잠이 들었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었을까? 갑자기 잠결에 ‘우지끈’하면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열었다. 벌어진 문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방 안으로 밀어닥쳤다. 메케해진 연기 사이를 헤집으며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하려고 했지만 비상구를 찾을 수 없었다.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창문을 찾았다. 3층에 살고 있던 이씨는 창문 밖으로 난 가스관을 잡고 내려갔고 다급한 마음에 2층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살아났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에서 이씨는 그렇게 운 좋게 살아남았다.
25년 전부터 혼자 살아온 이씨는 10여년 동안 노숙인 쉼터를 전전했다. 3년 전부터 국일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이씨는 허리(협착증)가 아파 일을 못 하는 상황이다. 화재 당시 놀라 속옷 차림으로 탈출했다. 이씨는 “주민센터에서 구호키트라고 나눠줬는데 플라스틱 상자에 양말 4켤레와 라면, 칫솔 정도만 들어 있어 당장 겨울을 날 옷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쪽방촌 사람들은 각자 처지가 다 비슷해요. 다 어렵게 지내고 있습니다. 기초수급대상자로 선정되어도 임대주택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나 다름없죠. 이 곳을 나서면 바로 노숙자가 됩니다.”
이씨는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화재 현장에서 불과 100m 떨어진 또 다른 고시원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 지친 육신을 눕혔다.
사진·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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