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동거한다고 하면 '수군수군'.."좋아해서 같이 사는 게 문란한 건가요?"

윤신원 2018. 11. 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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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지내냐"는 상사의 물음에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가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로 낙인찍힌 것.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거 경험자 4명 중 1명은 '혼인 의사는 있지만 내 집 마련이나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동거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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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 씨(여)는 최근 남자친구와 동거하는 사실이 사내에 돌아 곤욕을 치렀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냐”는 상사의 물음에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가 ‘사생활이 문란한 여자’로 낙인찍힌 것. 김 씨는 이 일이 있고 한동안 직장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시달려야 했다. 친한 직장 선배들조차 ‘동거하는 건 상관없지만, 회사에 굳이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최근 결혼이 아닌 동거를 택하는 젊은층이 늘어났다. 결혼관이 급변했고, 경제적인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동거족’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실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6.4%로 처음으로 찬성이 과반수를 넘어섰다. 동거를 찬성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 아닌 동거를 택한 이유에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뒤섞여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거 경험자 4명 중 1명은 '혼인 의사는 있지만 내 집 마련이나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동거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인 계획은 없지만 의지하며 같이 지내고 싶어서'(19%), '생활비 절약을 위해'(18.6%), '혼인 의사는 있지만 같이 살아보며 상대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고'(17.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동거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며, 사회적인 제도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가족 대부분은 동거 중임을 밝히기 어려워했다. 동거 경험자 중 동거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 경우는 6.3%에 그쳤다. 66.8%는 일부에게만 알렸고, 26.9%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보건사회연구이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 이후 동거 경험이 있다고 답한 성인들 중 51%가 타인의 부정적인 편견이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게다가 문란하고, 비도덕적으로 보는 시선을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동거가족은 ‘정상 가족’이 아니다란 시선이 담겨있는 결과다. 실제로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생활하는 남녀도 가족이다'라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적 인식은 제도적인 문제로도 나타났다. 동거가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민법상 가족은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뜻한다. 즉, 혈연관계이거나 혼인으로 맺어진 사람만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비혼동거가족이나, 비혼출산, 비혼양육 등 나머지 가족들은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014년부터 동반자제도를 강조해 왔다. 현재 법률상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생활에 의무와 권리를 가지는 ‘동반자’와의 법적인 관계를 인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성별에 관계없이 친족이 아닌 두 명의 성인이 실체적인 공동체를 이룬다는 점을 관할 기관에 신고하면, 원칙적으로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도록 지위를 부여하는 제도로, 현재 법적 테두리 바깥에 있는 비정상가족들도 법적인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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