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로운'을 '이로운'으로 안중근 의사 유묵 오역

전현진 기자 2018. 11. 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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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의정부역 앞 광장 돌판…문화재청 “잘못 썼다” 인정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 광장에 설치된 돌판. 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義 見危授命, 이로움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바쳐라). 안중근 의사의 고귀한 정신을 나타내는 이 구절을 국가기관이 오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이 이 구절이 담긴 보물569-6호 ‘안중근 의사 유묵-견리사의 견위수명’을 설명하면서 ‘견리사의’를 “이로움의 처지를 당하면 이로운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잘못 해석했다. 문화재청 해석은 안중근 의사 동상 주변 돌판에도 새겨졌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2일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국가문화유산포털에 안 의사 유묵 ‘견리사의’에 대한 해석이 잘못됐다며 오류를 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의정부시에서 제막한 안중근 동상 주변 돌판도 잘못된 해석이 새겨졌다며 문화재청이 이 오류도 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중근 의사 유묵-견리사의 견위수명’은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해 수감된 뒤 1910년 3월26일 사망 전까지 뤼순감옥에서 지내며 친필로 적은 유묵 중 하나다. 이 유묵은 안 의사가 사망하기 직전 쓴 것으로 유묵 왼쪽 아래에는 ‘대한국인 안중근서’라고 서명과 약지가 잘린 손바닥 지장이 찍혀 있다.

문화재청은 안 의사의 유묵이 “ <논어>와 <사기>의 구절에서 자신의 심중을 나타낸 것, 세상의 변함을 지적하는 것, 일본에 경계하는 것 등을 당시 검찰관, 간수 등 일본인에게 써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화재청은 ‘견리사의’에 대해 “이로움의 처지를 당하면 이로운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풀이해 ‘이로운 상황이 정말 자신한테 이로운 것인지 생각하라’는 식의 계산적인 마음을 좇는 것으로 잘못 읽힐 여지가 생겼다.

문화재청의 잘못된 해석은 서울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광장 안 의사 동상 조형물 돌판에 새겨졌다. 이날 의정부시는 안 의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의정부시는 중국 민간단체가 제작해 기증한 안 의사의 동상을 지난해 10월 대중에 공개했지만, 시민단체로부터 고증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지난 1년간 수정작업을 거쳐 이날 제막식을 진행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최근 의정부시 안중근 의사 동상 옆 구조물에 이 구절을 돌판에 새기면서 원래 의미와 완전히 반대의 뜻을 새기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생겼다”며 “해프닝을 넘어 안 의사의 고귀한 뜻을 모욕하는 우스꽝스러운 사건이 됐다. 홈페이지와 동상 구조물 문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날 오전 경향신문 첫 보도 이후 문제가 된 내용을 “이로움의 처지를 당하면 의로운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수정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견리사의에 대한 해설에서 의로움의 ‘의’를 ‘이’로 잘못 쓴 오타”라며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해당 내용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잘못된 해설을 돌판에 새긴 의정부시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제막식) 행사 때문인지 유선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설이 잘못됐다는 민원 내용을 의정부시에 공유 조치했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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