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달여먹고, 박항서 고향 찾는 베트남 축구팬

박린 2018. 11. 2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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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스즈키컵 2승1무 조 2위
U-23·AG 이어 또 '쌀딩크 매직'
입장권 암표, 원가 10배에 거래
현지 여행사, 산청 관광상품 개발
말레이시아전이 열린 16일, 베트남 팬들이 박항서 감독 사진 옆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베트남 현지에서는 ‘고려인삼’이 인기다. 인삼 가공품이 아닌, 인삼을 직접 내려 먹는다. 오토바이를 탄 베트남 방문판매원이 집에 찾아가 약탕기 사용법을 알려준다. 박항서(59)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고려인삼을 먹인 게 입소문 나면서다.
지난달 29일에는 베트남 비엣젯 항공사와 비에쩬투어 관계자들이 경남 산청군을 답사하고 돌아갔다. 산청군은 박항서 감독 고향이다. 베트남인들 사이에 박 감독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가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관계자들은 박 감독이 살았던 생초면을 찾아 생초축구장을 둘러봤고, 한방테마파크 동의보감촌에서 한방 뜸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박항서 감독은 축구를 넘어 음식·의료·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의 고향인 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을 찾은 베트남 여행관계자들. [사진 산청군청]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로 평가되던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은 20일 미얀마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홈팀 미얀마와 득점 없이 비겼다. 심판의 모호한 판정만 아니었다면 베트남으로선 충분히 이길만 한 경기였다.
베트남은 이에 앞서 8일 1차전에서 라오스를 3-0으로 완파했고, 16일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었다. 2승1무(승점 7의 베트남은 다득점에서 미얀마에 뒤져 조 2위다. 24일 캄보디아를 꺾으면 자력으로 4강에 진출한다. 스즈키컵은 1996년부터 격년제로 열리는 동남아 국가대항전이다. A, B조 1, 2위가 4강에 오른다. 베트남은 ‘라이벌’ 태국을 꺾고 10년 만에 우승하는 게 목표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임현동 기자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 지휘 아래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진출했다. 베트남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17일 “박항서 매직, 올해만 세 차례 하노이를 열광시켰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 인기는 국부인 고(故) 호찌민 주석에 버금갈 정도다. 하노이에서 열린 스즈키컵 조별리그 2차전 입장권의 경우 원가는 40만동(2만원)이지만 암표 시장에서 그 10배인 400만동(2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 한 그릇 값이 우리 돈 1500원인 걸 고려하면 엄청난 열기다.
박항서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박카스는 베트남에서 280만병이 팔렸다. [사진 동아제약]

베트남 국민은 길거리 응원을 하면서 박 감독 이름의 베트남 현지 발음인 “박항세오”를 연호한다. 베트남 언론들은 박 감독을 지칭할 때 ‘thay’라고 적은데, 이는 베트남에서 ‘선생’ ‘스승’을 뜻하는 존칭어다. 심지어 박 감독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자양강장제 ‘박카스’는 베트남 현지 출시 4개월 만에 280만 병이 팔렸다. 국내 네티즌들은 박 감독에 대해 ‘정부 외교 못지않은 업적’ ‘훈장을 줘야 한다’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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