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어 난이도 왜 실패했나..前 출제위원이 털어놓은 고민

오세중 기자 2018. 11. 2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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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신뢰도, 2번 난이도.. "다른 영역 교수가 낸 지문의 복잡성 때문일 가능성"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지를 확인하며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뉴스1


"문제를 내는 데 있어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신뢰도이다. 문제 오류가 없는 것을 가장 신경쓴다"

과거 여러차례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석한 A교사는 지금 난이도 조절 실패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가장 신경쓰는 것은 문제 오류를 없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이른바 '불수능'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원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1교시 국어의 경우 변별력을 위해 난이도 조절을 한 것이 실패했다고 입시 전문가들이 입을 모았다. 수능 문제가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뭇매를 맞았다. 평가원 홈페이지에 이의신청란에만 1000건에 육박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A교사에게 출제위원으로 들어가서 진행되는 문제 출제방식과 출제위원으로서의 고충을 들어봤다. A교사는 올해 수능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과거 여러차례 자신의 분야 문제출제를 위해 '감금'상태를 경험했다고 얘기했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11월 8일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가했던 이모 교사는 오전 운동을 마친 후 자신의 방에서 반신욕을 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다. 출제위원들은 밤잠을 설치는 등 스트레스가 많지만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출제위원들은 사실상 영어(囹圄, 감옥 등에 갇혀 있는 상태)의 몸이 된다"고 A교사는 말했다.

해당 년도 출제위원으로 선정되면 출제위원들은 특정 시설에 모이게 된다. 물론 핸드폰을 비롯 인터넷이나 어떤 방식으로도 외부와의 접촉은 금지다. 출제위원들은 시험이 쉬운 '물수능'이나 어려운 '불수능'이 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그럼에도 올해 같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출제위원들은 자괴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A교사는 "그렇지만 역시 가장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것은 문제의 오류가 없는 것"이며 "둘째로 난이도 조절에 신경쓰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모인 출제위원들은 1차에 걸쳐 해당 영역의 문제를 각자 제시한다. 걸리는 시간은 약 1주일. 해당과목이 30문항이면 각자 30문항, 탐구영역처럼 20문항이면 각자 20문항씩을 출제한다. A교사는 문제를 내는 것을 '올린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언제든 토의과정에서 문제가 폐기처분 이른바 '내릴 수 있다'며 각자 해당 영역 문제를 내면서 1차 제출한 문항과 비슷한 난이도의 문제들을 정리해둔다고 한다.

출제위원들이 낸 문항들은 보름께에 합류하는 검토위원들이 처음으로 보게 된다. 교사들로 구성된 검토위원들은 수험생과 똑같은 시험시간안에서 문제를 풀고, 각 문항에 대한 분석이나 의견을 제시해 제출하게 된다. 이 때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은 만날 수 없다. 서로 출제자의 의도를 설명하거나 하면 이해나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검토위원들의 1차 검토의견서를 바탕으로 첫번째 문제조율에 들어간다. 여기서 문항을 '올리고', '내리며' 2차 수능 문항을 조율한다. 이후 뒤늦게 합류하는 2차 검토위원들이 조율된 해당 영역 문항을 푼다. 1차 검토위원들과 마찬가지로 시험과 동일한 상황에서 풀고, 문항 평가서를 낸다.

2차 검토위원들은 문항에 대한 문제점 등을 수시로 문서로 제출하고, 비록 얼굴을 맞대지는 않지만 출제위원들과 계속 간극을 좁히는 작업을 하게 된다. 난이도 안배, 시험시간과 문항의 풀이 실제 소요시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뽑으며 최적안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최적문항에 가까운 3차 문항들은 다시 국어와 사회탐구 영역 이런 식으로 그룹별로 묶여 다른 검토위원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전체적인 맥락속에서 각 과목에 대한 난이도와 시간 조율을 위한 것이다.

A교사는 "첫 문제는 1주일 정도 안에 나오지만 3차 이후 전체 검토 등의 과정을 하고, 이후 또 다시 오류를 잡아내기 위한 수차례의 검토작업이 시험지 인쇄 전까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러번의 수정 과정을 거치는데 난이도 실패는 왜 나올까.

A교사는 "국어의 특수성 때문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어의 경우 지문의 다양성을 위해 과학이나 다른 분야 교수 등이 참석해 문제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과목에서도 출제위원들이 특기 분야에 대한 문제를 각자 내지만 국어는 아예 다른 분야 출제위원이 섞여 문제를 내고 변별력을 신경쓰다 보니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교사는 "우리나라에서 인생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는 수험생들의 입시 문제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출제위원들은 정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면서도 "이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출제위원은 아니였지만 경험자로서 수험생들 걱정에 마음이 편치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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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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