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거리전기 CEO의 1600억원 내기 시합 결과는
중국 샤오미(小米)의 창업자 레이쥔(雷军)회장이 거리(格力)전기 둥밍주(董明珠) 회장과의 5년 전 10억위안(약 1620억원) 내기 시합에서 이길 수 있을까.
샤오미가 지난 19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13년 12월 공개 석상에서 진행된 두 사람의 매출 시합 내기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레이쥔 회장은 중국 관영 CCTV 올해의 경제 인물상을 받을 때 "5년 내 거리전기의 매출을 넘어서면 1위안(약 162원)을 달라"고 둥밍주 회장에게 요청했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샤오미가 에어컨의 대명사인 거리전기에 건 내기는 신경제가 구경제를 꺾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하지만 둥 회장은 "제대로 걸자. 10억위안으로 하자"고 하면서 판을 키웠다.
이후 연말이 되면 두 회사의 실적 비교가 중국 인터넷을 달구는 이슈가 됐다. 올해는 승부 결론이 날 마지막해다.
샤오미의 매출은 올들어 9월까지 전년동기 보다 64.1% 증가한 1304억 9400만위안(약 21조 1400억원)을 기록했다. 거리의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34.11% 늘어난 1486억 9900만위안(약 24조 892억원)을 기록했다. 샤오미 매출이 거리의 87% 수준에 달한 것이다. 두 사람이 내기를 했던 2013년만해도 샤오미 매출은 316억위안(약 5조 1192억원)으로 거리의 25% 수준이었다.
거리전기는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샤오미는 4분기에 포함된 11월 11일 솽스이(雙11, 광군제) 행사 하루 매출이 52억위안(약 84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솽스이 행사를 통한 매출이 10억위안을 넘은 8개사중에 하나다.
샤오미의 약진은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 덕이 크다. 2014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시장 1위에 올라선 샤오미는 이후 실적이 악화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목표인 1억대 스마트폰 출고를 10월 26일 조기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IDC에 따르면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6% 감소했지만 샤오미는 20.4% 증가했다. 올 3분기 전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9.7%로 삼성전자, 화웨이, 애플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특히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시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3분기 30개 국가와 지역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 5위권에 들어갔다. 3분기 해외에서 거둔 매출 증가율이 112.7%를 기록한 배경이다. 인도에서는 4분기 연속 1위, 인도네시아에서는 출고량이 337% 늘면서 2위, 서유럽에서는 386% 증가하며 4위에 올랐다. 샤오미 매출의 43.9%가 해외 매출이다. 2분기의 36.3%에서 7.6%포인트 상승했다.
샤오미는 거리전기와의 내기 이후 에어컨 등 가전제품 시장에 잇따라 진출했고, 거리전기는 스마트폰사업에 뛰어들고 전기차 업체에 투자하며 반도체 사업까지 나서는 등 신흥산업에 발을 담그면서 둘의 시합은 혁신경쟁으로 부각됐다.
차이가 있다면 샤오미는 모든 사업을 직접 하기보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식의 생태계 구축 방식을 채택했다. 상대적으로 빠른 영역 확장이 가능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샤오미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 스마트폰업체 메이투와 설계 연구개발 생산 판매 마케팅에서 손잡는 전략적 협력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 3분기 샤오미의 IoT(사물인터넷)와 생활소비제품 매출은 108억위안(약 1조 7496억원)으로 89.8% 급증했다. 특히 샤오미 스마트TV 판매량 증가율은 198.5%를 기록했다.
거리전기는 중국에서 가정용 에어콘 시장 판매량이 23년 연속 1위, 해외에서 13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21.9%에 달했다. 둥밍주 회장은 신규사업 확대로 2023년 매출 목표를 6000억위안(약 97조 2000억원)으로 잡았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미래 실적을 미리 반영한다는 주가를 보면 이미 샤오미가 거리전기를 추월했다. 올 7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샤오미의 시가총액은 19일 종가 기준 3070억 5600만 홍콩달러를 기록했다. 2722억 5000만위안(약 44조 1045억원)수준이다. 1996년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거리전기의 2337억 7100만위안(약 37조 8709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차오레이(曹磊) 중국전자상거래연구중심 주임은 "창업한지 8년된 샤오미가 수십년된 거리전기와 어깨를 겨루는 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역량을 보여준다"면서도 "상장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수익성"이라고 강조했다.
샤오미의 올들어 9월까지 순이익은 67억 100만위안(약 1조 855억원)으로 거리전기(211억 1800만위안)의 31.7%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보기술(IT) 평론가 푸량(付亮)은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사에 "샤오미는 거리전기 같은 전통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 관리와 공급사슬 관리 경험을 배웠고, 거리전기는 샤오미로부터 마케팅을 배웠다"며 "두 회사 모두 승자"라고 평했다.
샤오미의 경우 광고를 안하고, 샤오미 팬 관리와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하던 초기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변신을 시도했다. 대대적인 오프라인 광고를 하고 오프라인 매장도 크게 늘리고 있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샤오미 생태계에 속한 제품들을 함께 파는 전용 매장인 샤오미의 집을 9월말 기준 499개 개설했다. 이 밖에도 샤오미 브랜드 제품을 팔 수 있는 기존 유통매장도 1100여개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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