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탈 아프다는 민주당..자영업·영남은 더 돌아섰다

권호.윤성민 입력 2018. 11. 20. 00:16 수정 2018. 11. 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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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급락한 당 지지율
국정지지율 높던 자영업자·PK
과반이 부정평가로 뒤집어져
당내 "3년 뒤 벼른다 얘기 많아"
20대 지지율도 82% → 54% 하락
‘더불어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임현동 기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빠지는 얘기를 했는데, 비단 20대만의 문제겠나.”

수도권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19일에 한 말이다. ‘20대 지지율 빠지는 얘기’란 전날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이 전국 대학생위원회에서 “올해 초만 해도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82.9%였는데, 11월 둘째 주엔 54.5%로 27%포인트 이상 떨어졌다”고 말한 걸 의미한다. 박 최고위원은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곤혹스러운 건 20대도 20대지만 전체 지지율 자체가 하락 추세란 점이다. 올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월 둘째 주 73%(한국 갤럽 기준)로 정점을 찍었다가 11월 셋째 주 현재 52%로 20%포인트 넘게 빠졌다.

앞서 언급한 의원은 한술 더 떠 “지역에서도 노골적으로 정부를 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년 집권은커녕 기업들은 ‘3년만 기다리자’며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특히 자영업자와 영남의 지지율 변화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들을 관통하는 게 나빠진 경제 사정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직업별로 지지율을 조사했을 때 성향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뀐 직업군이 ‘자영업자’다. 올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3%로 가장 높았던 1월 둘째 주에 자영업자는 6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잘못하고 있다는 비율은 26%였다. 그러나 11월 셋째 주엔 긍정 40%, 부정 52%로 뒤집어졌다. 전체 직업군 중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것은 자영업자가 유일하다. 무직·은퇴(긍정 44%, 부정 43%)나 블루칼라(긍정 48%, 부정 42%)보다 부정적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결과가 비슷하다. 리얼미터의 11월 2주 차 조사에서도 전 직업군 중 자영업자만 부정 평가(51.4%)가 긍정 평가(44.3%)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주52시간제의 영향이 직접적이다. 내년부터 새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곤궁한’ 사정은 경제 지표로도 드러난다. 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집중돼 있는 숙박·음식점업의 10월 취업자 수는 9만7000명이 줄어들어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앞서 8월(-7만9000명)과 9월(-8만6000명) 감소 폭도 컸다.

역설적이게도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기 시작한 시점은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1월 둘째 주였다. 문 대통령은 그 주에 올해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예정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직업군으로 자영업자 못잖게 지역적으로는 영남의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대구·경북(TK, 긍정 58% 부정 24%→긍정 40% 부정 46%)이나 부산·울산·경남(PK, 긍정 66% 부정 25%→긍정 46% 부정 49%) 할 것 없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고향이자 지역 기반인 PK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PK는 광역단체장 세 자리를 비롯해 여당을 일방적으로 밀어주다시피 했고, “호남에 뿌리를 둔 민주당의 동진(東進)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반년도 채 안 돼 언제 그랬느냐는 듯 결과가 뒤집어졌고, 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PK는 중화학공업의 최전선에 있다. 이 지역의 경기를 견인해 온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이 최근 맥을 못 추면서 일자리가 얼어붙었다. 익명을 원한 PK 지역의 한 기초단체장은 “선거 때만 하더라도 바꿔 보자는 기대감에 여권 후보들이 어렵잖게 이겼지만 유권자들의 인내심은 길지 않더라”며 “주민들을 만나면 그새 시선이 많이 차가워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은 “경제적으로 성과를 못 보였다. 지역 유권자들이 광역단체장을 민주당 소속으로 갈아치웠지만, 성과를 내기는커녕 각자 구설에 휘말리면서 되레 단체장들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고 말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도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문제는 경제”라고 진단했다.

인사 편중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무일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 이효성 방통위원장 등 주요 권력 포스트에 호남 출신들이 전면 배치되면서 영남의 인사소외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PK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PK에선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에서도 PK의 민심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지역의 한 의원은 “근본적인 문제는 자영업자와 조선업 등 이 지역 경제가 안 좋기 때문”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시·도지사에 대한 평가도 낮게 나오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문 대통령 지지율 버팀목은 ‘30~40대 화이트칼라’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방어하고 있는 핵심 지지층은 ‘경제 위기에서 가장 안정적인 계층’으로 요약된다. 한국갤럽의 지난 13∼15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생활수준 상·중상의 경우 63%를 기록했다. 생활수준 하의 지지율(45%)보다 18%포인트나 높았다.

직업별로 봤을 땐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 지지율을 보면 3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64%로 가장 높았다. 40대가 58%로 다음이었다.

배종찬 리서치&리서치 본부장은 “‘상·중상’ ‘화이트칼라’ ‘30~40대’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의 타격이 적었기 때문에 지지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권호·윤성민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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