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폭력 피해·생존자들, 국회 앞에서 "과거사법 개정하라" 호소

전현진 기자 2018. 11. 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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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형제복지원사건 생존자인 한종선씨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과거사 사건 피해·생존자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과거 청산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진화위법) 등 국회에 계류된 7개의 과거사 관련법을 하루빨리 개정하라고 호소했다.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유족회와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생존자 모임 등 과거 국가폭력의 피해자 70여명은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조속한 과거사법 재정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박용현씨(보은유족회장)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한국전쟁 때 부모·형제를 잃은 많은 유가족들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당시 일에 대해 숨기고 있다”며 “과거사법이 하루빨리 개정돼 유가족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970~1980년대 인권유린 행위가 벌어진 수용시설 형제복지원 생존자 한종선씨는 “형제복지원에선 사람이 맞아 죽는 건 예사였고, 밤이면 밤마다 성폭행이 벌어지기 일수였다”며 “과거사법을 개정해달라는 건, 보상이나 배상을 당장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진상 규명이라도 하게 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야당일 때나 똑같이 ‘자유한국당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소를 모르거나 행색이 남루한 거리의 아이들을 강제로 수용했던 선감학원 생존자 김영배씨는 “1982년 폐쇄되기까지 경기도가 직접 운영했던 선감학원에 납치되듯 끌려가 지금까지도 고아 아닌 고아로 살고 있다”며 “마치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격리된 아이들은 뱀이나 쥐를 잡아먹으며 살아야 했는데, 지금껏 묻혀온 진실에 대해 조속히 진상규명이 이뤄지도록 과거사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피해자 유족인 민경철(김포유족회장)씨가 19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서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70년을 기다려온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가족들의 절박함, 1년 넘게 이어온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의 노숙농성 등 극단적 상황에 처한 과거 청산 국면에 여당인 민주당은 기다리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로 꼽았지만, 과거사법은 별다른 쟁점 없이 3년째 국회를 떠돌고 있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7차례에 걸쳐 통과되지 않았고, 이번주 예정된 네 번의 법안심사소위에는 안건에서 누락돼 심사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국회의 태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과 달라지지 않았다”며 “국회와 정부는 진화위법 개정을 통해 과거사의 진상규명, 배상 및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조치를 실시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홍익표(더불어민주당)·윤재옥·유민봉(이상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을 찾아가 기자회견문과 조속한 법안 심사를 위한 탄원서를 전달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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