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트랜스젠더 추모 집회 열려

이보라 기자 2018. 11. 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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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입구 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 집회 측 추산 600여명이 추모의 의미를 담기 위해 검은 옷을 입었다. 트랜스해방전선 제공.

“절친했던 트랜스젠더 활동가 한명이 2012년 11월 하늘로 갔습니다. 먼저 간 이들에 대한 추모는 우리 자신에 대한 추모임과 동시에 잊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들이 죽어간 맥락을 그 주변 환경을 기억하고, 더 이상 그런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약속입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20일을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그간 혐오와 폭력으로 희생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같은 혐오와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입구 광장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 집회를 열었다.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종교계 등 집회 측 추산 600여명이 추모의 의미를 담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인근을 행진했다.

참가자 라라(활동명)는 자유 발언에서 “학교와 직장, 가정, 군대 등에서 공기처럼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 법적 성별을 정정하는 법률 제정은 통과되지 않고, 건강과 경제적 이유로 수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수술을 받아야만 (성별정정을) 인정해주는 요건이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인 세아(활동명)는 “우리는 보이는 성별과 주민등록번호에 기재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곳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국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미용성형이라며 트랜스 의료지원도 하지 않는다. 국가가 트랜스젠더들을 사지로 내몰아 죽게 만드는 국가폭력이자 혐오범죄”라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도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주최 측은 성소수자 영화를 상영하고 트랜스젠더에게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 60여명이 촛불을 들고 혐오로 인해 피해 입은 트랜스젠더를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소속 캔디(활동명)는 자유 발언에서 “십여년 동안 공식 보고된, 한국의 살해 당한 트랜스젠더는 한 명이다. 자살율 1위인 국가에서 혐오로 인해 자살한 트랜스젠더가 많지만 통계로 잡히기 않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도록 하는 한국 사회에 분노하자”며 “앞으로도 계속 혐오에 맞서고 불합리한 법과 싸우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소리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퀴어문화축제에서 누구보다 반짝이며 웃던 내 친구를, 어떤 집회 현장에서 힘차게 깃발을 흔들던, 소소한 술자리에서 큰소리로 웃던, 울던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따뜻한 손을 가졌던, 누구보다 다정했던, 그 누구보다 멋진 트랜스젠더였던 내 친구를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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