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돌아가는 힐만 감독이 한국 야구에 전한 메시지

안준철 2018. 11.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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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투수 쪽에 발전이 있어야 한다.”

떠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한국 야구에 전한 조언이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에도 힐만 감독은 한국 야구에 애정어린 충고와 메시지를 남겼다.

힐만 감독은 15일 인천에서 열린 SK와이번스 이임식을 끝으로 SK 사령탑을 내려놨다. 2년 전인 2016년 11월 김용희 감독의 후임으로 SK 지휘봉을 잡고 2년 계약을 채웠다. SK 감독 첫 해인 지난 시즌 SK를 5위로 가을야구로 이끌었던 힐만 감독은 올해는 정규시즌 2위로 이끈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8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V4를 달성한 SK 와이번스가 15일 오후 6시 인천 구월동 신세계백화점 광장에서 인천시 명예시민증 전달식과 사인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시민들 앞에서 우승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외국인 감독의 특성상 국내 감독들과 확연히 다른 점이 많았지만, 힐만 감독은 팬을 위해 몸소 나서는 등 팬서비스가 좋았던 감독으로 남게 됐다. 지난해 경기 후 팬들과의 행사에서 배우 김보성씨로 분장해 “의리!”를 외쳤던 것은 물론, 소아암 환우들을 돕기 위해 인하대 병원을 자주 찾기도 했고, 에이스 김광현과 함께 모발 기부도 했다. 헌혈까지 하려했지만, 규정 때문에 하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방식 또한 한국 야구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이었다.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먼저 SK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다. 고령인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지만, 대사인 가을야구를 앞두고 감독이 관둘 것이라고 선언한 것 자체가 낯설었고, 팀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힐만 감독과 하루라도 더 야구를 하겠다는 SK 선수들의 의지는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힐만 감독은 “처음에 인천에 와서 팀을 봤을 떄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 선수들로부터 SK에 좋은 선수가 많고 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노력하는 선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2년간 노력하는 모습, 열심히 하는 모습. 이만큼 더 좋을 수는 없다. 최고치의 모습을 봤다. 처음에 왔을 때 공격력에서 얼마나 강팀인지 알 수 있었다. 홈런 신기록도 세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투수 쪽의 수준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팀 뿐 아니라 KBO 전체가 투수 쪽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타고투저가 지속되고 있는 KBO리그에 대한 애정어린 걱정이었다.

특히 한국 야구, KBO리그가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KBO리그 모두 내부적으로 항상 변화를 줘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야구라는 스포츠가 엔터테인먼트이고, 팬들과의 인연을 놓지 않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팬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며 팬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이임사에서는 긴 시간을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힐만 감독은 “나는 매일 맺는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매일 웃어라. 지금 힘들다고 느낄지라도, 이는 신이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서 준 시간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SK에서의 생활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던 힐만 감독은 “정말 감사하다. 힘들었던 시간도 정말 감사하게 간직한다. 첫 시즌이라 알아가야 하고 주위 사람들도 나를 알아가야 했다. 지난해 힘든 시기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 시간도 감사했다”고 거듭 고마움을 나타냈다. 힐만 감독은 “2년 동안 함께 해온 SK 식구들이다. 단지 일을 같이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나중에 언젠가 미국 집에 초대해서 밥도 먹고 진심으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SK 식구들에 대한 애정이 얼만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일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아니라 식구고 친구다”라고 덧붙였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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