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나스닥 상장 막고 회계기준도 오락가락.. 무책임한 금융당국
2년간 끌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 회계 의혹 사건은 14일 '고의 분식' 결론과 주식거래 정지로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시가총액 5위(약 22조원) 기업의 거래 정지라는 초유 사태로 귀결된 데는 원칙 없이 여론에 휘둘리며 '갈 지(之)자 행보'를 보인 금융 당국 책임이 크다. 앞으로 삼바는 짧게는 42일(영업일 기준), 길게는 1년에 걸쳐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사를 받는다. 그동안 소액 투자자 8만명은 재산권 행사가 제약되는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회계 문제없다"던 금감원 "분식 회계" 지난 2년 동안 삼바와 관련한 금융 당국의 행태는 '무원칙'에 가까웠다. 같은 재무제표를 두고 적정하다고 하더니 분식 회계라고 판단을 바꾸거나, '문제없다'는 결론이 '심각한 조작'으로 뒤집히는 식이다. 단적인 예가 삼바 회계 처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말 바꾸기'다.
참여연대가 2016년 말 삼바의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질의서를 보내자 금감원은 "문제없다"는 답변을 냈다. 이듬해 진웅섭 당시 금감원장이 국회에 나와 "한국공인회계사회 감리 결과, 적정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1년 3개월 후 "분식 회계 혐의를 찾았다"며 특별 감리 결과를 공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적정' 의견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위탁한 결론이고 금감원이 직접 회계 감리를 했더니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므로 말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외부에 위탁한 보고서를 무조건 믿었다는 게 금융 당국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문이다. 금융 당국의 책임 회피가 투자자 피해를 더 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삼바 코스피 상장(2016년 11월) 당시 회계 적정성을 심사했던 한국거래소와 금융 당국의 책임 회피 문제도 대두된다.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기록 중이던 삼바는 2015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당시 적자 기업은 상장이 어려웠던 코스피와 달리, 나스닥은 적자여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상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기업의 미국 상장 추진이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하자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대형 성장 유망 기업은 상장할 수 있다'면서 허겁지겁 상장 규정을 고쳤고 삼바는 2016년 11월 결국 코스피에 상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삼바 상장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규정 변경이었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증선위 말대로 삼바가 2015년 회계를 조작했다면, 삼성은 회계 조작을 하고서 한국거래소 권유에 따라 (나스닥 대신) 코스피에 상장해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을 자청한 셈이 된다"며 "분식 회계 징계에 거래 정지까지 당하고 나니 회사 안팎에서 '차라리 나스닥에 상장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위·금감원 '엇박자' 금융위와 금감원, 두 감독 당국의 '엇박자'가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감원이 상급 기관인 금융위와 구체적 협의 없이 지난 5월 "분식 회계 혐의를 찾았다"고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다. 발표 직후 사흘 동안 삼바 주가는 약 26%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8조원이 증발했다.
6월엔 증선위가 분식 회계에 대한 금감원 논리가 미흡하다며 보완을 지시했는데 금감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반강제적 '재조사 명령'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재조사 기간 중에 증선위에 증거 자료로 제출된 삼성 내부 문서까지 유출되면서 시장엔 또 한 차례 혼란이 일었다. A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애초부터 금감원 조사가 제대로 되지도 않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삐걱거린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시장 혼란이 커졌다"고 말했다.
회계 업계에 끼친 충격도 크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회계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는 자조가 나온다. 한 대형 회계 법인 관계자는 "이제 어정쩡하다 싶으면 무조건 금융 당국의 지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보신주의가 판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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