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요란한 응원, 플래카드 없던 서울맹학교..밤 늦게까지 시험

안채원 2018. 11. 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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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맹학생들 시험 치르는 국립서울맹학교
떠들썩 응원 대신 '수능대박' 점자쪽지 등
"일반 학생들보다 수고..좋은 결과 있길"
학부모회 마련 다과상 차려져 정성 전달
시험 시간 1.7배..오후 10시 다 돼 종료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맹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8.11.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떠들썩한 응원도, 화려한 플래카드도 없었다. 그러나 간절함은 어느 곳 못지 않았다.

15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위치한 국립 서울맹학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서울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23시험장인 이곳에서는 전맹 학생들이 시험을 본다. 저시력 장애 학생은 여의도중학교에서 수능을 치른다.

어둠이 아직 짙게 깔린 오전 6시. 서울맹학교는 조용했다. 이곳에서 수능을 치르기로 한 학생은 11명. 음성형 컴퓨터 등의 보조기기가 설치된 고사실 2곳이 불을 밝힌 채 새벽부터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에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시험지 호송 차량이 도착한 오전 6시10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맹학교에 수능 지원 업무를 맡았다는 청운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이곳에는 광주 등 전국 각지의 전맹학생들이 온다"며 "일반 학생들보다 어쩌면 정말 수고해서 오는데 어렵게 시험을 치르는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전 4시30분부터 시험지를 받아 전달하며 동분서주한 임인진 교감은 "학생들도 긴장했겠지만 교감인 나도 긴장이 된다"며 "오늘 날씨가 춥지 않아 다행이고 학생들이 그동안 열심히 한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끝까지 무사히 마치길 빈다"고 했다.

해가 뜨기 전 학교를 가장 먼저 찾은 이는 후배들을 격려하러 온 선배 이승훈(23)씨였다. 이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수능을 치렀고 당시 첫 입실자였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치러지는 15일 서울맹학교 앞에 응원을 나온 이 학교 졸업생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회 회장 이승훈씨가 준비한 점자 응원쪽지. 윗줄에 '수능대박'이란 점자가 새겨져있다. 2018.11.15

이씨는 "지난해에는 학교를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보러 왔었는데 다행히 원하던 학교를 갔다"며 웃었다. 이씨의 손에 들린 흰 비닐봉지에는 과자꾸러미와 '수능대박'이라는 점자가 새겨진 응원쪽지가 들어있었다.

이씨는 "어제 시각장애인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것"이라며 "일반 학생들은 후배들이 응원을 하며 떠들썩한데 특수학교는 좀 조용해서 안타깝다는 의견이 있어서 오늘은 친구와 함께 후배들을 응원하러 왔다"고 했다.

학부모회가 준비한 다과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차려졌다.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온수기와 과자꾸러미가 차려졌다.

한 학부모는 "올해 학생들 중 대부분이 이곳 기숙사에서 살아 다과상을 지나가지 않고 바로 교실로 들어갈 것 같아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첫 입실자가 도착한 것은 오전 7시23분이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한빛맹학교 학생들이었다. 처음 맞이한 학생들에게 학부모회는 수험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험 잘 봐!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수능을 보러 온 양지우(18)양은 "이런 중요한 시험을 보게 된 것이 신기하다"면서 "열심히 했으니 최선을 다해서 볼 것"이라고 싱긋 웃어보였다. 선준영(18)군은 "긴장하면 괜히 못볼 수도 있으니 의연하게 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bluesoda@newsis.com

서울맹학교 소속 김다은(18)양은 "안 올 것 같은 이날이 드디어 왔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며 두 손을 맞잡았다. 김양은 이어 "최근에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잘 못자고 밥도 잘 못먹었는데 어서 수능이 끝나고 편히 쉬고 싶다"며 "이제껏 해온 게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마지막 입실자는 오전 8시4분에 도착했다. 어머니와 함께 달려온 학생을 향해 학부모회는 "마지막 입실자에게 수능 잘 보라고 박수를 주자"며 격려했다.

김경숙(48) 서울맹학교 학부모회 회장은 "시각장애학생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시험시간이 훨씬 길다"며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힘내서 시험을 무사히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날 서울맹학교에서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에게는 점자 문제지와 음성지원 컴퓨터가 제공된다. 이들에게는 과목당 일반 수험생의 1.7배 긴 시험시간이 주어져 수험생들은 오후 9시43분에 모든 시험을 종료하게 된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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