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뛰어들며 3파전..교통정리 안되는 '세종역 싸움'

입력 2018. 11. 14. 05:06 수정 2018. 11. 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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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역 신설 논란, 호남권까지 가세해 확산
애초 호남고속철에 세종역 안 만든 게 문제
세종, 내년 예산에 세종역 설치 연구비 포함
호남, 고속철 선로 직선화·세종역 설치 요구
충북 "오송역은 균형발전 위한 선택이었다"

[한겨레]

세종시 금남면 발림봉 장재터널 위에서 본 세종역 후보지. 세종은 2025년까지 이 다리와 주변에 세종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세종시에서 촉발한 호남고속철도 세종역 설치 논란이 호남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번지고 있다. 충북 청주 오송역을 철도역으로 써온 세종은 기존 호남고속철도 선로에 세종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 뛰어든 호남은 천안아산~공주 사이를 직선화하면서 새 세종역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충북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설치된 오송역을 세종시의 철도역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세종역 논란은 왜 시작됐나? 세종역 논란은 애초에 세종시와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비슷한 시기에 추진하면서 세종시에 고속철도역을 만들지 않은 데서 비롯했다. 세종시 건설 초기 이춘희 당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현 세종시장) 등 책임자들은 고속철도역을 설치하지 않고 오송역을 청주와 함께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고속철도가 도시를 단절시키고, 서울에서의 출퇴근을 쉽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 결정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2012년부터 세종시에 입주한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오송역을 통해 세종시로 오가는 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오송역은 정부세종청사에서 16.6㎞, 세종시 청사에서 20.8㎞나 떨어져 있어 이동하는 데 30~40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도심 쪽에 설치했다면 5~10분이면 대부분 지역과 연결됐을 것이다. 비용도 간선급행버스(BRT) 요금은 1600원이지만, 택시 요금은 그 10배가 넘는 1만6000~2만원에 이른다. 이는 서울~오송 고속철도 요금 1만85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세종역 신설 논란의 중심에는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그는 2016년 20대 총선 때부터 세종역 신설을 공약했고, 당대표가 되어서도 세종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애초 세종역 설치를 반대했던 이춘희 세종시장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지난 8일 세종시는 내년 예산안에 세종역 설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비 1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세종역 후보지. 세종시는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대로 영곡터널(왼쪽)과 장재터널(오른쪽)을 잇는 680m 다리 위에 승강장을 두고, 그 아래에 주차장 등을 설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 세종시가 추진 중인 세종역 후보지 현재 세종시는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대(20만6000㎡)를 세종역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세종에서 동북쪽에 위치한 오송역과 남서쪽의 공주역에서 각각 22㎞ 떨어진 딱 중간 지점이다. 간선급행버스가 연결돼 세종시청까지 5분, 정부세종청사까지는 10분이면 접근한다. 세종역 후보지는 세종시를 관통하는 1번 국도 위를 지난다. 주변은 이미 개발행위제한구역으로 묶어놓았다.

하지만 이곳에 역을 설치하는 데는 문제점이 있다. 역 설치 구간은 장재터널과 영곡터널 사이 길이 680m, 높이 5~10m 안팎의 다리 위다. 다리 아래는 논밭, 하천이다. 410m 열차(20량)가 터널을 나오자마자 바로 서야 하기 때문에 시야 확보 등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문 한국교통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터널과 인접한 다리 위에 역을 건설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시야 확보와 안전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천안아산역에서 세종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노선을 새로 깔고 세종시 한복판에 제대로 된 세종역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이 방안은 엄청난 예산이 필요해 채택되기 어렵다.

호남권 의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세종을 포함한 호남선 케이티엑스 직선화 노선 신설을 결의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 호남, 직선화 통한 세종역 설치 요구 이런 기류 속에 호남 의원들의 ‘세종 경유 호남선 직선화’ 요구는 세종역 설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무소속인 이용호 의원은 “호남선이 천안아산역에서 오송역을 거쳐 19㎞를 우회하면서 탈 때마다 요금을 3000원씩 더 낸다. 지난해 추가 요금 442억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호남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세종 경유 호남선 케이티엑스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세호추)을 발족했다. 이들은 천안아산역~세종~공주역을 잇는 ‘호남선 직선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14일 호남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 뜻을 설명하고 힘을 구할 참이다.

호남 직선화 노선도 맹점은 있다. 천안아산역에서 공주역을 직선으로 연결(51㎞)하면 세종은 빠진다. 따라서 세종 서남부를 살짝 걸치는 ‘직선형’ 노선 신설(53㎞)을 주장한다. 이러면 천안아산~오송~공주 노선(72.5㎞)에 견줘 19㎞ 짧아지고, 요금도 3000원 정도 준다. 하지만 3조원을 들여 새로 철로를 깔아야 하고, 세종역 후보지도 따로 찾아야 한다. 공주역과 너무 가까워지는 부담도 있다.

호남 의원들이 주장하는 호남선 케이티엑스 직선화 노선. 이들은 천안아산역에서 세종 서남부를 거쳐 공주역을 연결하는 직선 노선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용호 의원실 제공

■ 대통령은 신중, 국토교통부는 반대 세종역 설치를 반대하는 충북에서 내세우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청주에서 “세종역 문제는 충청권 단체장 간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의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5일 “오송역 분기는 2005년 전국 지자체 추천 위원 75명이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세종역 신설과 호남선 직선화는 현실적이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못을 박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세종역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10월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여당 대표 개인 의견으로 세종역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세종역을 만들면 고속철도가 아니라 완행열차가 된다”며 반대했다. 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당론으로 세종역 반대를 발표했다.

충북은 세종역이 들어서면 세종 관문역 노릇을 한 오송역 위축을 우려한다. 오윤주 기자

■ ‘철도 트라우마’ 충북은 강경 반대 충북은 힘겹게 얻은 오송역을 잃을까 걱정이다. 일제 강점기에 경부·호남선 철도에서 배제된 청주와 충북은 지난 1세기 동안 여러 측면에서 대전과 충남에 뒤떨어졌다. 이 때문에 1991년 경부선 고속철도 오송 경유를 관철했고, 2005년엔 경부-호남 고속철도 분기역도 오송역으로 유치했다. 게다가 오송은 국가 생명과학단지가 조성됐고, 보건의료 국책기관이 입주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세종역이 들어서면 이런 흐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충북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의 관문은 오송역이다. 세종시 건설과 고속철도 정책은 균형발전 원칙을 지켜야 한다. 세종역을 설치하면 세종시로의 집중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박명흠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은 “세종시에 국회까지 내려가 사실상 행정수도 구실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종시의 기능 확대 차원에서 세종역 설치는 검토할 만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원식 경남대 교수(행정학)는 “세종시에 정부기관을 이전한 것은 균형, 분권, 분산을 위한 조처였다. 세종시민이 조금 불편하다고 세종역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케이티엑스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가 8일 충북도청에서 세종역 신설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경제사회연구원 제공

오윤주 박임근 송인걸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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