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어느 엄마의 절규 "누가 내 아들을 현역부적합이래?"

CBS노컷뉴스 권혁주 기자 입력 2018. 11.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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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국방부 (사진=자료사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맞은편 옛 국방부 청사 정문 앞에는 군대 가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다. 대부분 군인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선임들의 폭언으로 급성우울증을 앓던 아들이 지휘관에게 알렸지만 묵살당해 결국 숨졌다는 부모도 있고 내 아들은 죽었는데 지휘관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해당 사단장을 물러나게 해달라는 부모도 있다.

현수막 속에서 군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병사의 모습은 사건의 사실 관계를 떠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짐작케 한다.

12일 오후. 이모씨(55세 여)는 군인들이 고생한다며 정문 근처에 떨어진 낙엽들을 혼자 열심히 쓸어 모으고 있었다.

그의 아들은 2014년 6월에 입대해 최전방 부대인 육군 00사단 화학부대에서 근무하다 현역복무부적합판정을 받고 2015년 1월 일병 보충역으로 전역했다고 한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논산훈련소를 수료하고 화학병 교육을 받을 때 수십명 동기들을 이끄는 반장 역할까지 했던 아들은 그러나 자대배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상급부대 지휘관이 참관하는 훈련 중 탈수현상으로 쓰러졌다.

부대는 그러나 그를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고 쉬쉬하며 방호복만 벗긴 채 서너 시간을 간부사무실에 눕혀 놓았다.

늦게 정신이 돌아온 아들은 생활관으로 복귀했지만 그날 저녁 선임들의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가혹행위를 한 일부는 영창을 다녀왔으나 아들은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에 시달리며 자살기도를 반복했다.

가족들은 그를 민간병원에 입원시킨 뒤 생업과 공부를 접고 치료에 매달렸지만 아들은 결국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고 전역해야 했다.

이 씨의 아들은 지금까지도 국가보훈처의 지원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사회생활부적응자로 보일 수도 있는 '현역부적합판정'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석 달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이 씨는 "훈련 받던 병사가 탈수로 쓰러졌는데 몇 시간을 깨어나기만 기다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어 그날 밤 벌어진 가혹행위와 가혹행위로 영창을 다녀온 병사들과 또 함께 생활하게 한 것, 이후 아이가 정신이 나갔는데도 바로 병원에 보내지 않고 또 간부사무실에 격리시키기만 한 것 등이 아들을 망가뜨렸다. 이게 우리 군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처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와 조치만 잘했어도 그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아들을 민간병원에 두 달간 입원시켰을 때도 부대에서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다"울분을 토했다.

이 씨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형들도 학업을 접어야 하는 피해와 고통을 겪었고 나도 수면제를 복용하지 못하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가정이 무너졌다"며 "아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그동안의 고통과 손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 나라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국방부에서 정보과장이라던가 누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한번 묻고 간 게 다에요. 자신들도 이런 일이 있으면 피곤하다는 눈치만 주지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너무 억울한 걸 어떡해요?"

이미 지나간 현역부적합 판정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정 억울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라는 조언에 이씨는 "아들 문제가 생긴 후 모든 가족이 정신이 없었고 빚도 많이 져 변호사 살 돈도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누구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한다는데 우리 아들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자원입대했다가 이렇게 됐다"며 "나라가 우리 같은 사람들을 더 신경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기간과 방법을 놓고 정부의 고심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의 안보상황에서는 아직도 누군가는 군대를 가야하고 모병제는 이른 상황이다.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해도 합법인 시대. 그럴수록 군과 당국이 군대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의 호소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은 두 번째 문제다.

그것이 국방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고 자식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걱정을 줄여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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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혁주 기자] hjk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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