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핫플' 될 것"..연남동 업고 떠오르는 상권
연트럴파크·마포애경타운 가까워 관광객 증가..주택 가격 3년 만에 3배 '껑충'
"유명 상권과 맞붙어 뜰 확률 높아..연결성 강화해 초기 몸집 불리는 게 관건"
지난 5일 지하철 2호선·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경의선 책거리’라고 쓰여진 큼지막한 표지판이 보였다. 책거리 중앙은 산책로로 조성되어 있고, 양쪽에는 5층 내외 다세대 연립주택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평일 오후인데다가 날씨가 쌀쌀해 이 곳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20~3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경의선 책거리는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원효로까지 지하화된 철길을 따라 지상에 조성된 ‘경의선 숲길’ 6.3km 중 마포구 창전동 구간(366m)을 일컫는 별칭이다. 산책로 중앙에 출판사들이 위탁 운영하는 책방 6개동을 열차칸처럼 이어지게 놓은 것이 특징이라 책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의선 숲길 도시재생사업의 마지막 3단계 공사 구간으로, 2016년 10월 말 신수동(390m)·원효로(690m) 구간과 함께 시민 개방됐다.
경의길 숲길 코스 중 길이가 가장 짧고 개장 시기도 늦지만, 이 지역 주민들과 공인중개사들은 경의선 책거리가 곧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뜨거운 ‘연트럴파크’ 상권과 맞붙어있는데다가, 지난 8월에는 책거리 구간 끝부분에 애경그룹의 ‘마포애경타운’까지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n경의선 책거리 상권, 뜰 수 밖에 없는 입지다?
현재 경의선 책거리 상권은 아직 북적거릴 정도로 활성화된 수준은 아니지만, 지역 관계자들은 이 곳이 입지상 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선 경의선 책거리는 연남동 상권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연트럴파크에서 양화로에 있는 횡단보도만 건너면 바로 경의선 책거리에 닿는다. 유명 상권 바로 옆에 있다보니 유입되는 인구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대학생 김모씨는 “친구들과 연남동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책거리까지 오게 됐다”며 “둘러보니 여기에 있는 가게들 분위기가 연남동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음번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근처에 ‘마포애경타운’이 들어선 것도 경의선 책거리 방문객 수를 높이고 있는 요소다. 이 건물은 대형 쇼핑몰 ‘AK&홍대’와 호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로 이뤄진 1만3659㎡(4132평)규모 상가다. 마포애경타운이 문을 열자 그동안 소외됐던 홍대입구역 4~7번 출구 인근 지역이 활기를 띠게 됐다. 최근에는 호텔에 묵는 외국인들까지 책거리를 방문하고 있다.
산책로 주변에 있던 낡은 저층 연립주택들은 하나 둘 상가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이 곳에 있는 건물 10개 중 한두군데는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연남동 주택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힙한’ 분위기를 내는 가게들로 변했던 수순을 그대로 밟고 있다. 책거리에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맡은 인부 A씨는 “보통 리모델링을 하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아무래도 신축보다 공사 기간이 짧아 건물주들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했다.
창전동 수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그 유명한 연트럴파크 상권도 경의선 숲길 연남동 구간이 개방된 후 2년 정도가 지나서야 떴다”며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려면 보통 2~3년은 기다려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 경의선 책거리 정도면 선방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n연남동에 비하면 임대료 아직 저렴한 축…단독·다가구 주택 가격은 3년만에 3배 뛰어
경의선 책거리 상권이 뜰 기미를 보이자 이 곳 상가 임대료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창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상가는 없고 원룸·빌라 임대만 놓던 터라 정확한 추이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전보다 문의도 많고 임대료도 점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마포구 창전동 상가 임대료 평균은 3.3㎡(1평)당 12만2100만원이다. 경의선 책거리의 경우 33㎡(10평)짜리 상가가 1층 기준 170만~250만원 정도, 보증금은 3000만~5000만원 선으로 창전동 평균보다 좀 더 비싸다. 권리금은 아직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 연트럴파크 메인 도로에 입점한 ‘M티라미수’ 가게가 월세 850만원, 보증금 2억원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는 아직 저렴한 축에 속한다.
리모델링 대상인 단독·다가구주택 매매가도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책거리와 붙어있는 서강로13길에 위치한 51㎡ 주택이 지난 2월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평당가로 환산하면 6732만원 정도다. 같은 도로에 있는 주택이 2013년 12월에는 3.3㎡당 1050만원에 팔렸다. 2015년 7월에는 1985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년만에 3배 이상 올랐다.
n경의선 책거리 상권, 앞으로 커질 일만 남았다…연트럴파크 영향력 최대한 누리는 것이 관건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내에 경의선 책거리 상권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은 메인도로에 있는 상가들이 먼저 정비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인데, 이면도로에 있는 주택들까지 리모델링을 거쳐 상가로 변한다면 인근 연남동·망원동 못지 않은 대형 상권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의선 책거리 상권이 연남동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두 상권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깝지만 사이에 8차선 도로가 있어 자칫 단절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년 전 상수동이 인근 홍대 상권 영향력을 업고 떠오른 것처럼, 경의선 책거리도 연트럴파크와 묶여서 초기에 몸집을 불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유명한 상권과 맞붙어있는 신생 상권은 다른 곳보다 뜰 확률이 배 이상 높은 법”이라며 “마포구 창전동 상주 인구 자체는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의선 책거리 상권 임대료는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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