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비상통로가 계단, 휠체어 타는 아이는?

최동수 기자 2018. 11. 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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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 학부모 55% "장애학생, 학교서 인권침해·차별 겪었다"
/사진=뉴스1


#고등학교 1학년 지체장애 아들을 둔 학부모 A씨는 얼마 전 학교에 방문해 실무보조교사를 남성으로 교체해 달라고 항의했다. 여성 실무보조교사가 아이의 몸을 씻겨주는데 청소년기 아들이 여성에게 몸을 보여주는 것을 괴로워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청소년기 남학생을 보살피는 건 여성 실무보조교사도 힘들 것"이라며 "남성 실무보조교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지체장애 아이를 둔 학부모 B씨는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특수학교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비상통로가 모두 계단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실무보조교사가 있더라도 아이가 연기를 피해 탈출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B씨는 "학교 자체에 비상구는 많으나 휠체어를 탄 학생들을 위한 비상통로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증·중복장애학생을 둔 학부모 2명 중 1명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인권침해 또는 장애 차별을 한 번이라도 겪는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일 발표한 '중증·중복장애학생 교육권 보장 실태 및 증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중복장애학생을 둔 학부모 가운데 55.2%가 자녀가 학교에서 인권침해나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수교사의 40.8%, 학교 관리자의 56.3%도 "장애 학생이 학교에서 인권 침해나 장애 차별을 한 번이라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4월~10월까지 15개 지체 특수교사 282명, 학교 관리자 87명, 학부모 369명 등 총 738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인권위는 장애학생 권리보장 현황, 인권 침해와 차별 실태, 교육 환경과 지원 요구 등에 설문·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중증·중복장애 학생은 1급 또는 2급의 지체·뇌병변장애를 가졌거나 3급의 지체·뇌병변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장애를 동반한 장애인으로 규정했다. 지체 장애 또는 뇌병변장애 학생 가운데 중증 또는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 수는 8147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9% 수준이다.

교사의 10.6%, 학교관리자의 13.9%, 학부모의 27.2%는 구타나 체벌 등 폭력을 목격하거나 경험했다고 답했다. 놀림, 비하, 욕설 등 언어폭력에 대한 경험은 교사의 13.1%, 학교관리자의 9.7%, 학부모의 22.7%가 있다고 답했다. 과도한 장난, 따돌림 등 괴롭힘은 교사의 10.1%, 학교관리자의 13.9%, 학부모의 21.0%가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교사·학교관리자 총 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심층면담에서는 장애 학생 교육의 문제점으로 △학교 보건 실태에 대한 우려 △턱없이 부족한 치료 지원 서비스 △지체장애학생을 위한 편의 시설과 교육 환경 미비 △노후 시설 문제 등이 지적됐다.

특히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분야는 의료 지원이었다. 건강관리가 필요한 대상 학생의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전문인력이 없어 학교와 학부모가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교 내 경사로 또는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대피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조승래 국회의원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함께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책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서는 호주와 일본의 장애학생 의료지원 사례를 소개하고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장애 학생 교육권 증진을 위한 정책적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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