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라이온킹' 화려한 볼거리 뒤 숨겨진 文明史

김규식 2018. 11.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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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이온킹 내한공연
1997년 초연 후 9500만명 관람
아프리카 배경으로 서양사 조망
다양한 연출로 관객 빨아들여
뮤지컬 '라이온킹(The Lion King)'은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한 뒤로 9500만명이 관람했다. 전 세계 누적 흥행 성적 1위다.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유학가는 학생이 반드시 관람해야 하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라이온킹' 브로드웨이 공연팀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7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1월 10일부터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 4월에는 부산 공연도 한다.

'라이온킹'은 같은 이름의 디즈니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워낙 유명한 만화라서 뮤지컬 또한 그대로 옮겼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편견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뮤지컬 '라이온킹'의 장점은 화려한 무대와 안무 외에 또 있다. 천재 연출가 줄리 테이머(65)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류 문명사 전체를 조망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깊숙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서양 문명의 폭력성을 비판하고 '생명의 순환'을 전면에 내세운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문명 전체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는 솜씨가 거장답다. 오리엔탈리즘이 가끔 엿보이지만 지나치지 않다.

작품 전체 주제는 서양을 중심으로 한 문명사에 대한 비판이다. 아프리카 대륙 '태양의 땅' 왕이자 전사 무파사는 사자 무리를 이끈다. 무파사는 인간적이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배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동생 스카는 무파사에 열등감을 품고 있으며 왕좌를 호시탐탐 노린다. 스카는 무파사를 죽이기 위해 시체를 먹고 사는 하이에나와 결탁한다. 자기 야심을 위해 생명을 배신하고 죽음과 손을 잡는다. 끝내 왕좌를 차지한 스카는 사자를 무분별한 사냥으로 몰아넣는다. '생명의 순환'은 죽음과 손잡은 스카의 과욕으로 깨져버린다. 마치 동양의 평온한 일상을 깨버린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상징하는 듯하다.

주인공이자 무파사의 아들 심바는 삼촌 스카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생명의 순환'을 복원하려고 한다. 영웅이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의 영웅 서사를 따랐다. 서양 문명의 원천인 그리스 문명으로 뼈대를 세웠다. 중간중간 햄릿의 모티브도 눈에 띈다.

서사가 서양 문명이라면 묘사는 동양 문명이다. 무대는 생명을 상징하는 아프리카다. 원색을 주로 사용하며 생명의 힘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가끔씩 등장하는 그림자 극(劇)은 인도네시아 전통을 상징한다. 동물을 표현하면서 배우 얼굴을 그대로 보이는 연출은 마치 일본의 인형극을 보는 것 같다. 다양한 연출로 현란하게 관객을 끌어들이는 사이 심바는 난관을 뚫고 성장해 간다. 무파사 뒤로 떴던 거대한 태양이 심바의 뒤를 장식하는 장면은 주제를 압축한다. '라이온킹'은 어떤 삶도 영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생명의 순환'을 초월하는 권력은 있을 수 없다면서. 화려한 볼거리 뒤에는 이런 회의(懷疑)가 깔려 있다. 엘튼 존과 한스 짐머가 참여한 음악 또한 귀를 신나게 한다. 대구 공연은 다음달 25일까지.

[대구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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