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김혜은 "걱정했던 '손 the guest', 이렇게 좋은 작품일 줄이야"

지난 1일 종영한 OCN 수목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김혜은은 국회의원 박홍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박홍주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잔인한 인물로 극 중반부부터 등장해 주인공들과 대립했다. 김혜은이 아니면 누가 박홍주를 소화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였지만, 김혜은은 너무 강한 캐릭터 거부감을 느껴 출연을 거절했었다.
“‘범죄와의 전쟁’이 나온 지 7년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캐릭터가 나를 따라다닌다. 이제 센 역할은 그만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참이었는데 보란 듯이 더 센 역할이 들어왔다. 두려움을 가지고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다. 너무 잔혹해서 시청자들이 외면할까 봐 걱정했다. 처음에는 안 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다 나한테 잘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이 다 해야 한다고 하니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게 됐다.”
박홍주는 늘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주변 사람들을 해치는 인물이었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연기경력을 쌓아 온 김혜은에게도 악으로 똘똘 뭉친 박홍주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이 역할을 하기에는 내가 부족한 점이 너무 많더라. 요즘에는 시청자들의 수준이 웬만한 감독 위에 있다. 연기 지적도 굉장히 디테일하고 작가의 구성력, 연출 같은 전문 영역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가짜로 연기하면 다 안다. ‘검은사제들’, ‘곡성’ 같은 비슷한 장르물들을 많이 봤고 외국 장르물의 배우들 연기를 보면서 공부했다.”

“연기 하기 전에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순간이나 미웠던 사람을 생각했다.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내서 연기 했다. 나쁜 마음과 분노들을 품고 현장까지 가는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 극악의 연기를 하고 나면 진이 빠지고 멍해진다. 그 멍함은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그게 며칠 동안 간다. 연습도 함부로 못 하겠더라.”
악역을 하고 미움의 대상이 될 줄 알았던 김혜은의 걱정과 달리,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박홍주는 미웠을지 몰라도 김혜은은 드라마 팬들이 아끼고 응원한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드라마를 하고 나서 한동안 거리에도 못 돌아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외로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 그동안은 작품을 하면서 일부러 댓글을 안 봤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댓글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면서 응원해 주시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시청자들도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악역에 대한 시선도 다르고 배우를 배우 그대로 봐주시는 것 같다.”

“드라마의 숙제는 끝까지 ‘박홍주가 빙의가 된 걸까 안 될 걸까’라는 의문을 끌고 가는 거였다. 작품이 박홍주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빙의된 것보다 더 나쁜 인간 자체였다. 함축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요소들이 많은 캐릭터였다. 외모나 이런 부분에서도 상징하고자 했던 부분들을 표현했다. 시청자들도 알고 계시는 것 같더라. 소위 갑이라고 하는 상류층의 추악한 민낯과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악독한 이기심. 박홍주는 인간으로서 최악, 악 중의 악이었다.”
결국 ‘손 the guest’는 귀신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일도가 저질렀다고 생각했던 모든 악행들은 결국 악에 굴복한 나약한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됐다. 사회 곳곳에서 참혹하고 엽기적인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시대에서 드라마는 병들어있을지 모르는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게 했다. 장르물을 좋아하지 않는 김혜은이 ‘손 the guest’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손 the guest’가 이렇게 좋은 작품인 줄 몰랐다. 우리가 마음이 약해질 때 귀신이 나를 지배하고, 스스로 나쁜 마음에 나를 허락했을 때 사람이 끝없이 나빠진다. 분노를 품으면 그 분노가 더 커지고 그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극 중에서 내가 ‘나눔의 손’ 대표였는데 실제로도 ‘행복의 나눔’ 대표로 아이들을 돕고 있다. 이번 연기를 하면서 내가 평소에 가식적인 웃음을 지은 적은 없었는지, 나에게 십자가와 주기도문을 가져가 댔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보게 됐다. 드라마는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뭐가 도사리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덕분에 장르물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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