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낭' 노지설 작가 "'본'시리즈 영감..사극에 난항도"(인터뷰②)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을 잃은 왕세자 원득/이율(도경수 분)과 신분을 숨긴 원녀 홍심/윤이서(남지현 분)의 로맨스다.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대본, 아름다운 영상에 힘입어 자체 최고 14.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도깨비’, ‘응답하라 1988’, ‘미스터 션샤인’을 잇는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TOP4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시청률 보릿고개라는 요즘, 그것도 가장 치열한 월화 시간대에 이룬 ‘기적’이었다.
노 작가는 모든 공을 배우와 스태프, 시청자에게 돌렸다. 특히 주인공인 도경수와 남지현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담담하면서도 담대한 면모에 놀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제작비 등을 이유로 사극을 기피하는 요즘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뜻을 꺾지 않은 건 “재미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백일의 낭군님’은 첩보물인 ‘본’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본’ 시리즈는 노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다.
“‘백일의 낭군님’이 기대 이상 좋은 성과를 얻어 감사하고 기쁩니다. 그렇다고 또 부담에 파묻히면 예전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작 또한 ‘백일의 낭군님’처럼 저부터 신나고 즐겁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보려고 해요.”
(인터뷰①에 이어)―2년 동안 준비했다고 들었다.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재작년 봄부터 준비했다. 2년8개월 전이다. 작가 스터디 모임이 있다. 분야를 정해 하나의 주제를 각자 공부하고 공유하는 방식이다. 당시 주제가 ‘본’ 시리즈였다. ‘본’ 시리즈 열혈 팬이다. ‘본 아이덴티티’(2002)에서 기억을 잃은 본이 은행에서 만난 경찰들을 자신도 모르게 쓰러뜨리는 장면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본’ 시리즈 같은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했다. 사극 버전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처음엔 버림받은 살수로 이야기를 풀어갔는데, 살생을 저지르는 살수를 시청자들이 마지막까지 응원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백일의 낭군님’까지 왔다. 집필 자체는 스트레스도 있지만 즐거운 과정이었다. 오히려 주변을 설득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 사극을 요즘 기피하지 않나. 다들 현대극이 어떠냐고 했다. 다른 작품도 고민하다가 ‘백일의 낭군님’으로 돌아왔다. 그게 가장 재미있었다.

△사극이기 때문에 제작까지 더디게 진행됐다. 생각하고 다듬을 시간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송주현 고리대금업자인 마칠은 악역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생각이 달라진 계기가 있었다. 하루는 (도)경수 씨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은 안 바뀐다’는 말이 나왔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경수 씨가 했던 그말이 유독 슬프게 들렸다. 달라지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는데 ‘바뀔 수 없다’고 단정하면 속상하지 않나. 보란 듯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칠이 끝까지 살아남아 행수가 된 건 경수 씨 덕분이다. 실제 극중에서도 11회에 원득은 마칠에게 “사내대장부로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상”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고도 한다. 누군가가 주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경수 씨에 대한 제 답이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런 따뜻함이 드라마의 강점이었다. 김차언(조성하 분) 조차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 캐릭터 마다 제 모습이 녹아 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홍심이와 제가 닮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홍심에게 제 모습 일부가 투영돼 있듯, 박영감(안석환 분)의 어떤 면도 제 모습이다.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지 못한다”는 박영감의 대사가 있다. 제가 그렇다. 그러다 보니 악역을 쓸 때 가장 어렵다. 요즘 악인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당시 대국민 관심사였으니까 영향이 있지 않을까. ‘꿀벌 대사’도 언젠가 쓰려고 메모해 놨다. 사극이다 보니 속담이나 명언을 적절히 활용해야겠다 싶었다. 재료가 될 말들을 포스트잇에 붙여 작업실 벽면에 붙여 놨다. 이쯤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땐 포스트잇을 찬찬이 살펴본다.
―집필할 때 캐릭터마다 음악이 있다고 들었다.
△배우는 한 캐릭터에 집중하지만, 작가는 다양한 캐릭터에 ‘빙의’해야 한다. 사실 원득이나 홍심이는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생각이 쑥쑥 났다. 김차언이나 무연(김재영 분)-김소혜(한소희 분) 커플 신을 쓸 때 그런 작업이 필요했다. 김차언 장면에선 엑소의 ‘몬스터’를 반복해 들었다. 무연-김소혜 커플은 정민아의 ‘무엇이 되어’를 들었다. 무연-김소혜 커플이 가장 어려웠다. 16부작인 로맨스물을 보면 보통 10회쯤 남녀 주인공이 맺어진다.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없어지면서 시청자 몰입이 느슨해진다. 그것을 방지하고자 임신처럼 센 설정을 넣었다. 그걸 납득 시키는 과정이 힘들었다. 무연과 김소혜의 아이는 언제 생겼느냐는 시청자 반응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답이 될 만한 감정신이 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다. 캐릭터 측면으로 보면 아쉽지만, 종합적인 판단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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