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이라더니 매우나쁨" 미세먼지 예보, 발표마다 다른 이유는?

세종=민동훈 기자 2018. 11. 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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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기준보다 환경부 예보기준 더 느슨한 것이 원인..야외활동 제한늘어 국민 불편 우려도
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이 뿌옇다. /사진=뉴스1

#기관지가 약한 김현지(가명·38)씨는 마스크없이 아침 출근길에 나섰다가 연신 기침을 콜록였다. 희뿌연 하늘 상태로 봐선 미세먼지 탓인 듯했다. 스마트 폰으로 포털사이트를 열어 미세먼지를 검색해보니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서 제공한 예보는 '보통'(62㎍/㎥)이었다. 그런데 회사 근처에서 만난 직장동료는 "오늘같은 날 왜 마스크를 안했어. 기관지도 않좋다면서"라며 놀라는 눈치였다. "포털사이트에서 괜찮다고 해서"라고 하자 동료직원은 "환경부 기준으로 봤구나. WHO 기준으로 봐야지. 이거 봐바 '나쁨'이라고 나오잖아. 마스크 했어야지"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미세먼지 예보 제공처마다 다른 기준 탓에 혼란을 겪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불거져 나온다. 특히 국내 미세먼지 공식 예보기관인 환경부 예보기준이 WHO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공식예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도 커지고 있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예보에 활용되는 관측 수치는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이 전국 335개 측정소에서 관측한 자료로, 예보 제공처와 관계없이 동일하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와 민간업체가 제공하는 자료가 다른 이유는 미세먼지의 수준을 표기하는 '예보등급'의 기준이 달라서다.

현재 지름 10㎍ 이하인 미세먼지(PM10)의 경우 △좋음 0~30㎍/㎥ △보통 31~80㎍/㎥ △나쁨 81~150㎍/㎥ △매우 나쁨 151㎍/㎥ 이상으로 예보한다. 2.5㎍(PM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는 △좋음 0~15㎍/㎥ △보통 16~35㎍/㎥ △나쁨 36~75㎍/㎥ △매우 나쁨 76㎍/㎥ 이상 등으로 표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WHO 권고기준과 비교해 다소 높다는 점이다. WHO에서는 PM10의 경우 △좋음 0~15㎍/㎥ △보통 16~25㎍/㎥ △나쁨 26~50㎍/㎥ △매우나쁨 51㎍/㎥이상으로 예보한다. PM2.5는 △좋음 0~15㎍/㎥ △보통 16~25㎍/㎥ △나쁨 26~50㎍/㎥ △매우나쁨 51㎍/㎥이상으로 표현한다.

국내 기준이 WHO와 비교해 '좋음'의 등급기준은 동일하지만 보통 이상의 등급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금일 오전 10시 기준 서울 중구의 PM10 수치는 62㎍/㎥다. 국내 등급대로 라면 '보통' 이지만 WHO 기준으로 보면 '나쁨'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 공식 자료를 토대로 예보를 내보내는 포털사이트의 정보와 비교해 민간 미세먼지 앱의 등급이 보다 부정적으로 느껴지게 표현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부 민간 미세먼지 앱의 경우 4단계가 아닌 8단계로 표시하면서 세부 등급을 더 세밀하게 나누기도 한다. 따라서 포털사이트에서는 '보통'이라고 예보했더라도 민간 앱에서는 '매우나쁨'으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민간 미세먼지 앱인 '미세미세'의 경우 PM10 예보를 △최고 0~15㎍/㎥ △좋음 16~30㎍/㎥ △양호 31~40㎍/㎥ △보통 41~50㎍/㎥ △나쁨 51~75㎍/㎥ △상당히 나쁨 76~100㎍/㎥ △매우나쁨 101~150㎍/㎥ △최악 151㎍/㎥~ 등으로 구분한다. 만약 특정지역의 미세먼지 관측수치가 80㎍/㎥ 라면 환경부 기준으로는 '보통'에 불과하지만 미세미세는 '매우 나쁨'으로 표현한다. PM2.5도 마찬가지

그나마 환경부 미세먼지 예보 기준이 올 3월27일부로 개정되면서 격차가 줄어든 수준이다. 이전에는 PM2.5 기준으로 △좋음 0~15㎍/㎥ △보통 16~50㎍/㎥ △나쁨 51~100㎍/㎥ △매우나쁨 101㎍/㎥이상 이었다. PM2.5 수치가 45인 경우 예전기준으로는 보통이지만 현행 기준으로는 나쁨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미세먼지 예경보 등급을 WHO 기준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반해 예·경보 기준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직접적인 미세먼지 감축효과가 없고, 오히려 야외활동 제한 등에 따른 국민 불편만 가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예보기준 강화에 따라 2017년 측정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나쁨’ 일수는 12일에서 57일로 45일이 늘어난다. 2016년의 경우도 강화된 기준을 적용시 '나쁨' 일수가 10에서 62일로 52일 증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경보 기준강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주민들의 야외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경보발령 증가에 따라 시·도 담당 공무원의 업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세먼지 감축 자체가 중요한 만큼 WHO 권고기준 수준으로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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