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까지 동원한 암표 설쳐도 뒷짐 진 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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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야구팬 박경미(29)씨는 응원 팀인 SK와이번스가 올해 6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지만, 정작 현장(야구장)에 가지 못했다.
예매를 하고 싶었던 야구팬들은 "암표상들이 표를 싹쓸이했다가 경기 직전 취소한 것"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미국에는 온라인상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 자체를 금지하고 일정 금액 벌금을 부과하는 '온라인티켓판매법' 등이 있지만, 한국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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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야구팬 박경미(29)씨는 응원 팀인 SK와이번스가 올해 6년 만에 가을야구를 하게 됐지만, 정작 현장(야구장)에 가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보고 싶었는데, 입장권 예매가 5분만에 매진되면서 입맛만 다셨다.
박씨는 TV로 경기를 보면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면에 비치는 텅 빈 관중석이 눈에 쏙쏙 들어왔기 때문. 그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티켓이 정가의 10배까지 거래가 됐는데, 정작 관중석은 비어 있으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더라“고 했다.
각종 공연과 스포츠경기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 암표상들이 경기장 주변을 배회하며 은밀히 팔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엔 온라인상에서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를 이용한 암표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러나 경찰 등 단속기관은 법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반복하며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2일 5차전 접전 끝에 끝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가을야구 축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텅 빈 자리가 많았다. 특히 1차전과 2차전은 티켓 판매 당시 매진이었다가 경기 직전 4,600장이 넘는 표가 쏟아져 나왔다. 예매를 하고 싶었던 야구팬들은 “암표상들이 표를 싹쓸이했다가 경기 직전 취소한 것”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경기 시작 5시간 전까지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중고나라 등 인터넷에서는 경기 시작 전날까지도 ‘암표 거래’로 의심되는 판매글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정가 3배 가격을 주고 입장권을 구매했다는 야구팬 김모(33)씨는 “매진 공고가 올라온 지 5분도 안 돼 인터넷에 판매글이 줄줄이 올라온다”고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시작된 4일에도 ‘중고나라’ 등에는 티켓을 판다는 게시물이 4,500건 이상이었다.
이들 중에는 전문 암표상도 있지만, 일반인 특히 청소년들도 있다. 전문 암표상과 구분해 암표 거래에 나서는 일반인을 부르는 ‘플미꾼’(티켓에 프리미엄 붙여서 되파는 사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플미 거래로 용돈을 번다는 김모(17)양은 “인터넷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몇 번 연습해보면 누구나 쉽게 표를 구해 팔 수 있다”고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표를 쉽게, 빨리, 많이 구할 수 있다는 게 이들 얘기다.
문제는 이들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미국에는 온라인상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 자체를 금지하고 일정 금액 벌금을 부과하는 ‘온라인티켓판매법’ 등이 있지만, 한국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 기존에는 경기장 등에서 파는 암표를 경범죄로 간주해 20만원 이하 벌금 등을 부과해 왔지만, 온라인 거래는 이마저도 해당이 안 된다. 티켓 판매자의 경제적 피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업무방해의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상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도록 경범죄처벌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안이 수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처벌 가능한 경기장이나 공연장 주변 단속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경기장 주변 암표상 단속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mailto:bpbd@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mailto: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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