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의 눈물, "거리 흡연, 이제야 후회해요"

김용 2018. 11. 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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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agic mine/shutterstock]

"길을 걸으며 담배를 자주 피웠습니다. 담배 연기 때문에 뒤에 오던 사람과 다투기도 했지요. 아파트 계단에서도 무심코 담배를 피우다가 주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김민국(52세) 씨는 췌장암 3기 환자다. 암세포가 주요 동맥을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췌장암은 예후가 좋지 않기로 소문난 암이다.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5년 상대 생존율이 10.8%에 불과하다. 환자 10명 중 한 사람 정도만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의미다. 위암 75.4%, 간암 33.6%, 대장암 76.3%, 자궁경부암 79.9%, 유방암 92.3% 등과 큰 차이가 있다(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김 씨는 병상에서 가끔 "내가 왜 췌장암에 걸렸지?"라며 스스로 물어본다.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30년 이상 피워온 담배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사도 "흡연은 췌장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고 했다. 흡연이 폐암의 위험 요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췌장암은 의외였다.

- 위험 요인 1순위는 흡연, 간접흡연은 더 위험

암 전문가들도 췌장암의 발생 원인을 아직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몇 가지 위험요인이 밝혀졌는데, 우선 지목되는 발암물질이 바로 담배이다.

흡연을 오래 하면 췌장암의 위험도를 5배까지 높인다. 췌장암의 3분의 1가량이 흡연이 원인일 정도로 담배와 밀접하다. 흡연과 관련된 암인 폐암, 두경부암, 방광암 등이 생겼을 때도 췌장암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장기간의 간접흡연은 더 위험하다. 담배 속의 발암물질은 흡연자가 담배필터를 통해 들이켰다가 내뿜는 연기보다, 담배의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에 더 많기 때문이다. 거리나 아파트에서 흡연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 당뇨병, 만성 췌장염, 가족력 등도 위험 요인

당뇨병이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5년 이상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의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반대로 췌장암과 연관된 2차적인 내분비 기능 장애가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만성 췌장염이 있을 경우 췌장암 위험이 증가한다. 만성 췌장염과 췌장암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잘 감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성도 췌장암 원인의 1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계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의사와 상담해 정기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 체중 감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췌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예후가 나쁜 것도 다른 암에 비해 진단이 늦기 때문이다.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혈액검사는 아직 없다. 증상으로는 복부 통증, 황달, 체중 감소, 소화 장애, 당뇨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MIT의 코흐 통합암연구소(MIT 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 and Department of Biology)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췌장암 발달 초기에 지방 및 근육 조직의 손상과 함께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췌장암은 진단 몇 달 전에 체중 감소 및 말초 조직의 손실이 선행되기 때문에 이를 잘 규명하면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흔히 악액질(암과 연관된 심각한 체중 감소)은 암 관련 사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논문에서는 악액질 예방을 위해 말초 조직 손실을 억제해도 췌장암의 예후는 좋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Altered exocrine function can drive adipose wasting in early pancreatic cancer)는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뚜렷한 이유 없이 몇 달에 걸쳐 체중이 감소하는 것은 췌장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평소 체중 기준으로 10% 이상 줄어든다. 암이 생겨 췌액 분비가 적어지면서 흡수 장애와 식욕 부진 등이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중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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