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래요

서울문화사 입력 2018. 10. 29. 19:0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민시는 영화 <마녀> 에서 달걀과 사이다 조합의 참맛을 알던 그 여고생이다. 그녀의 현실은 영화보다 조금 더 치열했다.
흰색 원피스는 CK 캘빈 클라인, 신발은 노네임 바이 플랫폼 제품.

고민시는 영화 <마녀>에 나왔다. 처음 본 배우지만 익숙했다. 비장한 영화인데 고민시가 나오면 좀 웃었다. 앞머리에 롤을 하고 이따금씩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투로 따박따박 따지는 그녀의 모습은 편안하다 못해 평범했다. 평범한 소녀. 판타지로 채워진 영화를 환기하는 것은 이 흔한 여고생의 몫이었다. 그녀는 그 미션을 참 야무지게 해냈다. <마녀>의 예기치 못한 흥행은 유일한 유머 코드를 담당한 그녀에게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게 만들었다. <마녀> 밖의 고민시는 다르다. 조금 더 성숙하다.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쓰면서도 자신의 꿈을 명확하게 밝히는 면이 어른스럽다. 쉬지 않고 달리는 당찬 포부는 <마녀>의 그녀를 닮았고.

흰색 원피스는 CK 캘빈 클라인, 신발은 노네임 바이 플랫폼 제품.

이름이 독특해요.
다들 예명인 줄 알아요. 사실은 한자 이름이에요. 높을 고(高), 하늘 민(旻), 볼 시(視), 높은 곳에서 하늘을 보라는 뜻이에요.(웃음)

이름 때문에 놀림당했을 것 같아요.
고담시라고…. 학교 다닐 때 놀림을 당하긴 했어요. 

연기자를 선택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근데 누구에게 말하기 창피했어요. 어렸을 때는 서울에 살아야만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제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는데요. 사회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아니면 배우가 될 수 없겠다고요.

지금도 충분히 어린데요. 그때는 몇 살이었어요?
열아홉이요. 빠른 연생이라 친구들은 스무 살이었어요. 스무 살이 끝날 때 즈음 사표를 내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어요.

무슨 일 했는지 물어봐도 돼요?
웨딩 플래너였어요. 전공이 그쪽이었거든요. 

그럼 상경 후 기획사를 찾아갔나요?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연극영화과 입시 준비를 했어요. 목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였는데 떨어졌어요. 재수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고요. 영화 산업 종사자들이 인력 찾는 유명 웹사이트가 있어요. 그곳에 프로필을 올려서 독립 영화, 웹드라마에 출연했어요. <72초>라는 웹드라마를 찍게 됐는데, 그 작품을 보고 지금 매니지먼트에서 연락을 해와 계약하게 됐어요. 

자립심이 강하시네요.
서울에 와서는 무조건 잘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1년 안에 입시를 붙든, 회사에 들어가든 아니면 어디든 출연해서 부모님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부모님과 약속을 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더 악착같이 했어요. 

많은 연기자들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요. 어려서 연기학원을 다니고, 기획사에 들어가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하죠.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데뷔하기란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혼자 돌아다니면서 프로필을 접수할 때 감독님들이 항상 물어보셨어요. 어디 연영과 출신이냐고요. 정해진 질문 같았죠. 연기 전공이 아니라고 말하면 못미더워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의지를 불태웠죠.(웃음)

처음 오디션 봤을 때 기억나요?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엄청나게 떨었어요. 안 떨리는 척하면서 연기했죠. 오디션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 편해졌어요.

베이지 니트와 쇼츠는 모두 알로스, 신발은 노네임 by 플랫폼 제품.
“신기했어요. 내 힘으로 한 계단씩 올라와서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마녀> 오디션은 어땠나요?
유명한 감독님의 작품이고, 신인 여배우가 주연이라서 경쟁률이 어마어마했어요. 웬만한 20대 배우들은 다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1차 오디션에서는 다 내려놨어요. 기대를 안 하니까. 2차 오디션을 보고, 3차까지 가게 됐어요. 3차에선 이러다 붙으면 어떡하지? 내심 기대되고 걱정도 되면서 불안하더라고요. 최종 오디션에서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오디션인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제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주겠다고 하셨죠. ‘주인공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주인공과 함께 다니는 인물인데, 우리 영화에서 대사가 가장 많다. 너는 대사만 잘해주면 된다고요. 우리 영화 초반부는 너에게 달렸다고 하셨어요. 얼떨떨했어요. 

감독님이 엄청난 중압감을 주셨네요.
그 얘기를 계속하셨어요. 제가 웃겨야 된다고요. 유일하게 환기되는 인물이기에 잘 살려야 하고, 초반 한 시간을 끌고 가야 한다고요. 신기했어요. 내 힘으로 한 계단씩 올라와서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걸 느꼈으니까요. 

영화에서 달걀과 사이다를 맛깔나게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명희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나요?
다른 작품을 준비할 때는 비슷한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해요. 반면에 명희는 주변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았어요. 명희는 제 친한 언니랑 성격이 정말 비슷해요. 그 언니의 성격과 제 성격의 밝은 면을 섞어서 구축한 캐릭터예요. 실제로 저와 닮은 부분도 있고요. 

어떤 부분이 닮았나요?
제가 충청도 사람이라 친구들과 있으면 사투리를 써요. 주변 분들은 제 실제 성격이 <마녀>의 명희와 비슷할 것 같다고들 말씀하세요. 근데 사실은 전혀 달라요.(웃음)

영화에서는 살도 좀 찐 것 같아요.
4~5kg 차이 날 거예요. 감독님이 살집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체중을 늘렸어요.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죠. 

<마녀> 이후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어요. 
일이 잘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꾸준히 달리고는 있어요. 

다음 작품이 <라이브>예요. 노희경 작가가 쓰고 쟁쟁한 배우들이 나온 작품이죠. 오디션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오디션 대본이 서너 개 정도 있었어요. 하나는 제 나이에 맞는 <치즈 인 더 트랩> 대본에서 김고은 씨가 연기한 인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희경 작가님의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 나머지는 자유 연기였어요. 그때도 물론 기대를 전혀 안 했죠. 김규태 감독님, 노희경 작가님, 제 나이대의 인물도 하나뿐이었기에 경쟁률이 높다고 들었거든요. 연기 연습하는 셈치고 열심히 준비한 걸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어요.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바로 합격했어요.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촬영 현장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첫 촬영이 가장 떨려요. 장례식장에서 배성우 선배님과 연기하는 신이었는데요. 전부터 좋은 분이라고 자주 얘길 들었는데도 막상 현장에 가니 떨리더라고요. 다행히 선배님이 자상하게 잘 챙겨주셨고, 스태프 분들도 편하게 대해주셔서 편했어요. 

오디션 떨어진 경우도 있나요?
하하. 엄청 많죠. 너무너무 많아요. 

오디션에 떨어지면 충격이 클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회사에서 오디션을 잘 잡아줘요. 한창 때는 연달아 본 적도 있어요. 전부 떨어졌죠. 그때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어요. 내가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고민이 많았죠. 업계 분들이 아닌 일반인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객관적인 의견을 들었어요. 친구들이 지적한 걸 고치니까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실제 결과도 좋은 쪽으로 흘러갔죠. 

서울에 홀로 올라와서 막연한 꿈에 도전하고 있잖아요. 실패하면 우울해지고, 술도 마시고 삐뚤어질 수도 있었을 거예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고통을 즐겼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힘들면 친구들 만나 무작정 놀았는데, 지금은 혼자 집 안에 머물면서 더 깊은 우울감을 느끼려고 해요. 절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괜찮아져요. 

그 감정도 연기의 소스라고 생각하는 거네요.
네 맞아요. 그런 게 실제로 도움이 돼요.

다음 작품인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은 벌써 촬영 중이죠? 어떤 내용이에요?
일본에서 유명했던 드라마인데, 많이 각색했어요. 기본적으로는 멜로 느낌의 드라마이고, 굉장히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어요. 사건사고가 많아서 재미있을 거예요. 

연기 외 시간에는 무엇에 빠져 있나요?
요즘 고전 영화와 무성 영화에 빠졌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 스타일, 해보고 싶은 연기들이 잘 보여요. 물론 요즘 영화도 좋아해요. 

인상 깊은 고전 영화는 뭐였어요?
<첨밀밀>을 보고 장만옥에게 반했어요. 그래서 <아비정전>을 찾아 봤죠. 홍콩 영화에 빠졌다가 최근에는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에게 매료됐어요. 그러다 무성 영화 <아티스트>를 보고 또 봤어요. 

전부 여주인공이 하층민의 삶을 연기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네, 맞아요. 여주인공의 사연 있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껴요. 얼굴에서 다채로움이 발견되는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배우 고민시의 다음 목표는 뭘까요?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대중에게 각인되길 바랐어요. 지금은 욕심이 늘었어요. 임팩트 있는 역할이나, 다른 이미지도 연기하고 싶어요. 운 좋게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일할 때는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아니에요. 계속 일만 하고 싶어요. 현장이 제일 편하고 안도감이 있어요.

검은색 원피스는 밀로그렘 제품. / 베이지 니트와 쇼츠는 모두 알로스, 신발은 노네임 by 플랫폼 제품.




EDITOR : 조진혁 | PHOTOGRAPHY : 박정민 | STYLIST : 강미란 | HAIR : 한별(제니하우스) | MAKE-UP : 오윤희(제니하우스)

Copyright © 아레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